우리 집 남자들은 무슨 관계일까?
흔히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증 관계라고들 말한다.
그럼,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까.
평일보다 주말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우리 집 남자 둘.
이 둘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떤 날은 화가 솟구치고, 어떤 날은 어이없는 웃음도 나고, 어떤 날은 둘의 모습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한번 한 말은 무조건 지키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신랑. 어릴 때도 바쁘신 부모님 덕분에 세 살 터울의 형과 이른 나이부터 스스로 모든 걸 하기 시작한 신랑. 이런 신랑이기에 아직 마냥 어리기만 한 아들과 자주 부딪힌다. 자기에게 엄격한 사람이니 아들에게도 엄격한 것.
하지만 또 마냥 엄격한 것도 아니다. 주말에는 바쁜 나를 대신에 아들과 둘이 나들이도 가고, 시간이 여의찮을 때는 동네 산책이라도 하고 온다. 그 시간 동안 아들이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며 나와 아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을 함께 한다.
어제는 잔소리를 시작하는 아빠의 말이 듣기 싫었는지 그 앞에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 아들. 이런 아들에게 서운한 신랑은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혼자 말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나는 아들만 데리고 나갈 생각에 먼저 문밖으로 나가 밖에서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20분쯤 흘렀을까, 다시 사이좋은 부자 사이가 되어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신랑과 아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이다.
오늘은 둘이 산책하러 나갔다 오더니 더 친근한 사이가 되어 돌아왔다. 화장실 등을 교체하는 아빠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라는 아들. 이보다 더 다정할 수가 있을까.
신랑은 시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화가 날 때는 화를 내지만 이내 곧 화를 내서 잘못했다는 사과를 하며, 다시 사이좋은 부자 사이가 되곤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저게 가능한가, 라고 생각하고.
나와 엄마의 관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들이다. 엄마와 나는 서로의 감정을 숨긴 채 싸우지도 않긴 하지만 결국 터져서 싸우는 날은 최소 3일 이상은 전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까먹을 때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웃으며 통화한다. 사과는... 하지 않는다. 이게 나와 엄마, 우리 모녀 사이.
신랑과 시아버지, 신랑과 아들 사이는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그건 신랑에게 물어봐야겠지. 다만 나의 한 가지 바람은 아들이 조금 더 커갈수록 나에게는 말 못 한 이야기도 아빠에게는 할 수 있는, 점점 같은 남자가 되어가면서 아들에게 신랑은 언제든지 조언을 구하며, 기댈 수 있는 멘토 같은 든든한 한 명의 남자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지금은 조금은 둘이 덜 싸웠으면. 지금도 책상 정리하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쏟아부으면서 티격태격하는 신랑과 아들이다. 부디 조용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