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의 비밀

이웃간의 안부

by 샤이

다세대 주택 사람들에게 층간 소음은 피할 수 없는 문제 중에 하나이다.

층간 소음 때문에 단독 주택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

하지만 다세대 주택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나는 층간 소음에도 불구하고 단독 주택은 꿈도 꾸지 못한다. 물론 서울에서 단독주택은 비싸기도 하고.


우리 빌라는 20년이 넘는 빌라로 역시나 층간 소음이 존재한다.

조용한 밤에는 윗집의 발자국 소리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하는 낮에도 윗집의 핸드폰 진동이 울릴 정도.

뭐, 이 정도의 층간 소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다세대 주택을 사는 사람의 마음 가짐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층간 소음이 일어난 적이 있다. 윗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오고 난 뒤부터 낮이고, 밤이고, 볼링공 굴리는 소리 같은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게 아닌가. 낮에는 그러려니, 하고 참았지만 저녁에도 꾸준히 울리는 소리에 몇 달을 참던 우리는 결국 신랑이 윗집으로 올라갔다.

윗집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웃이 집에 있었고, 신랑의 이야기를 듣던 이웃은 너무나 놀라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고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지 축구공을 집에서 다루고 있었던 것. 내가 매일같이 듣던 볼링공 굴리는 소리는 볼링공이 아니라 축구공이었다. 그리고 우리 집까지 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고.

이해가 간다. 우리가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 조심해 달라는 말을 남긴채 내려온 신랑. 그 후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우리 집 초인종이 울렸다. 윗집 이웃이 종이가방 두 개 가득 먹거리를 가지고 내려온 것이다. 죄송하다며, 자기가 이렇게 피해를 주는지 몰랐다며. 또다시 꾸벅꾸벅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 물론 우리보다 한창 어린 이웃에게 무언가를 받는 게 미안했지만, 이거라도 우리가 받아줘야 자신의 마음이 편하겠다고 말하는 이웃의 말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뒤 정말 조용해졌다. 공굴러가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물론 가끔 윗집의 소음이 들리긴 한다. 자려고 누울 때면 윗집 어른이 늦게 퇴근을 하시는지 안방에서 들리는 약간의 소음. 하지만 작은 소음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윗집은 오늘도 늦게 들어오셨구나. 그래도 잘 살고 계시는구나.

이웃 간의 관계가 거의 없는 요즘, 윗집 혹은 옆집의 소음으로 이웃들이 존재함을, 이웃들이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셨음을 알게 된다.

너무나 조용한 아파트는, 빌라는 좀... 무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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