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님 북토크
원래도 내향적인 성격인 나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경험들 앞에서 늘 두려움이 앞선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그 속에 홀로 있는 나.
생각만 해도 불편한 공기가 가득해지는 느낌이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로는 불편한 순간들을 더 피하게 된다. 의미적으로 참석해야하는 자리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에.
그러다가 우연히 본 글들에서 이런 말을 발견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경험들이 있어야 새로운 글들을 쓸 수 있다는 말을.
물론 난 작가가 아니지만,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그날 포스팅하는 책들에 관한 나의 생각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같은 말만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서서히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새로운 경험을 의도적으로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 매일 가는 카페가 아닌 새로운 카페를, 매일 시켜먹는 메뉴가 아닌 새로운 메뉴를.
그러다가 책의 날을 맞이하여 내가 사는 곳에서 구가 주최하는 책 축제가 열렸고, 축제의 일환으로 북토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최은영 작가님의 북토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최은영 작가님을 볼 수 있다고? 바로 예약했다. 물론 혼자서.
막상 당일날이 되자 그전에 기뻤던 마음은 사라지고 낯선 경험과 매일 반복하던 일상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북토크의 시간이 다가왔고, 딱히 큰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아 원래 계획했던 대로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했다. 일찍 자리 지정을 받아서인지 두 번째 줄의 젤 끝자리 세자리 중 한자리였는데, 나의 옆 두 자리는 너무 구석이라서 그런지 주최 측에서 자리 배정을 안 해준 것 같았다. 덕분에 두 시간 남짓 되었던 시간 동안 오로지 혼자서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최은영 작가님의 나긋나긋한 말투, 목소리와 처음 알게 된 홍찬미 가수님의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그 누구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깊은 이야기를 써오신 작가님이기에 사람에 대해, 지금 사회에 대해, 그리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 대해, 그 누구보다 뚜렷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신 작가님. 본인은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씀하시는 작가님이지만 그 시간 내내 작가님에 대해 든 생각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구나라는 거였다.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아닐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긴 시간을 이야기하신 작가님과 매끄럽게 이 이야기들을 이끌어 주신 문학 평론가이신 사회자님. 그리고 작가님의 목소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그 시간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 가수님.
처음 참석해 본 북토 크는 앉아 있는 내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공간은 우리를 새롭게 만들어준다. 언제나 새로운 것만 추구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가끔씩 마주하는 새로움은 우리 세계를 지금보다 넓혀준다.
그날의 그 경험은 좁디 좁은 나의 세계를 조금더 넓혀주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세계를 좁히는 것도, 넓히는 것도 모두 나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의 세계는 앞으로도 더 넓어지겠지. 나의 의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