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의 누군가.
살다 보면 내 의지가 아닌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바로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
동네에 새로 생긴 별다방으로 가족 나들이를 하러 갔었다.
역시 새로 생긴 별다방답게 오전 11시쯤이었는데 이미 자리가 거의 차 있었다.
겨우 노트북을 할 수 있는 큰 테이블에 아들과 신랑, 그리고 맞은편에는 내가 자리했다.
다른 작은 테이블들도 한 두 자리 있었지만 나는 노트북을 사용해야 했기에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그 자리에 앉았다. 한 라인에 세 자리가 있었고, 나의 오른쪽 옆엔 먼저 와있던 여자분이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한참을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으로 오더니 내 밑에 있는 콘센트에 자신의 태블릿과 연결된 충전용 선을 꼽고는 나와 오른쪽 옆자리 앉은 여자분 사이에 남은 아주 좁은 공간에 자신의 태블릿을 얹어 놓는 게 아닌가. 나는 노트북을 쓰고 있었기에 마우스를 조금만 움직여도 그 태블릿에 닿을 정도였다.
아무렇지 않게 그런 행동을 하는 그분께 놀라 말씀드렸다. 내가 이 태블릿을 칠 것 같다고.
내 말을 듣자 자신의 태블릿을 안더니 "그럼 제가 가지고 서 있을까요?"라고 하더라. 태블릿이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내 거인 양, 나를 배려해 주는 것처럼.
그분의 말에 또다시 놀라 잠시 생각한 후 비어있는 왼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겼다. 비어있는 쪽 자리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지만, 누군가 노트북을 충전하고 있었기에 아주 조금만.
내가 조금 자리를 옆으로 옮기니 그분은 다시 태블릿을 나와 옆자리 여자분 사이에 고이 올려놓고는 자신의 원래 자리로 가버렸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한동안 너무 어이가 없어 멍하니 있다가 최근에 읽은 책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내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나를 괴롭히는 일들, 하지만 그런 것들에 대고 씩씩거려 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된 건, 그냥 어쩔 수 없게 놓아버려야 합니다. 두고두고 화를 내고, 네 탓이네, 그것 때문이네 하고 화를 내봤자, 상황과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으니까요.
김상현,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이 책의 작가님도 낯선 이가 준 불쾌함으로 기분이 한동안 안 좋아졌다가 또 다른 누군가의 친절로 다시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그리고 위와 같은 말을 남기셨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대로 놓아두라고. 내 탓이네, 네 탓이네 하면서 시간을 허비해 봤자 나아지는 건 없다고.
이 말이 생각나니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나의 일에 열중해 있을 때 그분은 2번 정도 태블릿 충전 여부를 확인하러 왔다 갔다 하시더니 이내 태블릿을 가지고 가셨다. 물론 이때도 아무 말 없이.
물론 카페의 콘센트가 나의 것은 아니다. 모두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와서 앉아 있는 자리에 있는 공공 물건을 사용하려면 최소한의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나 또한 그 물건이 필요해서 그 자리에 앉은 걸 텐데 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다시금 생각한다. 나는 이분보다 조금 더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당연한 일들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당연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해야 하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고 간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