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들과 함께한 시간

이웃사촌이 생겼다

by 샤이

아주 오랜만에 맘껏 먹고, 맘껏 취했다. 바로 어제저녁. 사실 늦은 오후부터 밤까지.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지는 7년이 되었다. 아들이 2살 때 이사 와서 지금 아들의 나이가 9살이니.

하지만 처음 5년은 회사로 바쁘게 출퇴근하느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고,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아랫집, 옆집에 사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직 인사만.

그리고 7년째 되는 올해, 그리고 어제. 이사 온 지 처음으로 반상회 겸 친목 도모의 목적으로 1층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1층 주차장을 비워두고 그곳에서.

2일 내내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자 그쳤고, 내내 덥던 날씨는 바비큐 파티 날에 맞춰 가을 날씨로 변신했다. 이렇게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우리 빌라는 오래 사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인사하고 지내는 분들은 바로 밑의 집과 옆집밖에 없다. 아래층은 쿵쿵거리는 아들 대신해 사과하느라 어쩔 수 없이...

젊은 편에 속하는 신랑은 내내 고기 굽느라 바쁘고, 어린 아들은 어느새 또래 아이들과 친해져 어울리기 바쁘고. 나만 뻘쭘하게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심히.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말 한번 제대로 안 해본 이웃들과 드디어 대화가 오고 갔고, 오랫동안 집에서 묵힌 술들을 가져오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더 무르익기 시작했다.

근 반년만에 소주를 마셨다. 원래 잘 먹는 편이지만 몇 달전에 잠시 아픈 뒤로는 술을 끊었는데 어제 그 봉인이 풀렸다. 시원한 바람에 웃으며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더라. 지금 이렇게 어제의 기억으로 소소한 글을 쓸 정도면 말이다.

사실 우리는 신랑의 출퇴근과 아들의 학교 문제로 다른 동네로 이사 가기 위해 집을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다. 한여름에 내놓아서 아직은 팔리지 않고 있지만.


어제 이후로 안 그래도 이사 가기 싫다는 아들의 고집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알고 보니 같은 학교 6학년인 누나가 있었고, 더 놀랍게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친구가 있었고, 다른 학교지만 취향이 아들과 꼭 맞는 누나가 있었기에. 오늘도 4시에 옥상에서 만나기로 자기들끼리 약속한 아이들.

이 동네를 떠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이사 갈 이유는 충분했지만, 이사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그에 못지않게 충분해졌다.

사람은 사람끼리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는 걸, 이웃사촌은 옛말이라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말인 걸 알게 되었다.


이사..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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