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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버틴 육아, 꿈으로 나아가며

'재취업'을 준비하는 엄마의 설렘!!

by 글쓰는 맘
마흔 중반, 재취업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유시간이 조금씩 늘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자,

나는 이제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 도와주는 정도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육아의 난이도가 한결 낮아졌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이 필요 없어지면서 서운하다고 하지만.

서서히 독립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자유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재취업”이었다.

그렇다고 풀타임 직장을 들어갈 정도로 여유시간은 아직 없다.

아직은 하교 이후에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지 낮시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재취업이라는 생각 앞에.

자유 시간에 대한 기쁜 마음도 잠시. 두려움이 밀려왔다.

13년 동안의 경력 단절.

막상 재취업을 생각하니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학 공부’를 시작했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지금은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목표로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진학을 준비 중이다.

사실 아동학 공부를 선택하기까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보통,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엄마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대학 때 전공과 전혀 다른 ‘아동학 공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이 나를 생각지도 않았던 길로 인도해 주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 덕분에.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거 같다.

그동안 육아를 해온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육대학원 과정이 4학기 또는 5학기인데.

교육대학원을 졸업해도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다.

공부할 시간이 좀 더 있을 거 같았다.

부모 교육이나 영유아 상담에 관련된 학과(아동, 가족학, 아동심리학 등)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관련 공부를 대학원 과정으로 공부할 경우.

일부(소수의) 대학원에서는 공인영어점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지금 토익 공부를 시작하는 건 무리지만.

대학원 과정을 위해 영어 공부는 필요할 거 같았다.

그리고 목표 점수를 갖고 공부를 하는 건.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하기에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무리인 건 알지만 ‘해커스 왕초보 토익‘을 샀다.



물론 토익시험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을 경우

영어점수를 제출하지 않는 대학원에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영어회화 공부도 시작했다.


왕초보 영어회화 <채널:미니멀영어>


교보문고에 갔더니.

영어회화 공부용 책이 너무 많고 좋은 책도 너무 많았다.

특히 요즘은 큐알코드가 첨부되어 있어서.

책과 동영상 강의를 함께 볼 수 있다.

예전에는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게 힘들어서 공부를 못했는데.

요즘은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다.

나의 픽은 성재원선생님의 책이었다.

미니멀영어 유튜브 채널도 너무 좋다.

책내용을 담은 동영상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핵이득'이다.


예전에는 정보 찾기가 힘든 세상이었다면.

요즘은 마음을 먹는 게 힘든 세상인 듯하다.

그리고 너무 많은 정보 중에 나에게 맞는 정보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마흔이 넘어서 왕초보 영어책을 들고 있는 마흔 중반이 넘은 아줌마.

남들이 보기에는 안타깝고 창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창피함보다.

20대와 30대 초반에는 돈 버느냐.

30~40대에는 애 낳고 키우느냐 못했던 공부를.

뒤늦게 시작하는 설렘이 더 크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의외로 응원의 말을 해주었다.

"60 넘어서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 하는 게 뭐가 어때서. 지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해."

남편이 변했다.


4~5년 전만 해도 남편과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공부하고 싶다는 내 말에 시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뭐? 공부? 지금 공부해서 대통령 되게? 나 참.”

이라고 말씀하셨다.


자기 아들은 회사에서 일하는데 뒤늦게 공부하겠다는 며느리가 싫으셨던 거 같다.

시아버님의 말씀에 상처를 받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왜 또 예민하게 듣고 그래.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 원래 말투가 그러시잖아. 예민하게 좀 듣지 마! “

원래 이렇게 말했던 남편이었다.

내가 무슨 말 만하면.

“그래서. 요점이 뭔데? 생각 좀 정리하고 말하라고.”

그렇게 내 말을 끊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남편의 말투가 점점 바뀌더니.

이제는 나에게 힘을 주는 말을 꽤 다정하게 가끔이지만 한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걱정이 시부모님에게 어떻게 허락을 받지였다.

남편에게 고민스럽게 얘기했는데. 너무 담담하게.

“뭘 다 말해. 그냥 말하지 말고 해.”


나는 말하지 않고 공부할 자신이 없었지만.

남편이 오히려 괜찮다며.

나중에 아시게 되면 자기가 알아서 말하겠다고 해주었다.


진짜 남의 편 같았던 남편이.

13년 결혼생활이 지나고 이제 내 편이 되고 있다.

내 가족이 내편이 되어 따뜻하게 말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가족의 힘이 이런 거구나 느끼 게 되었다.

내가 의지할 건 아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늘 아이들에게만 응원받고 힘을 얻었는데.

드뎌 남편의 응원도 가끔 받는다.


시부모님의 응원을 받지 못하고 비밀로 공부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남편의 응원을 받는 것만으로도

1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애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마흔 중반의 재취업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스레 취업 시장을 살펴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본다.

자격증을 땄다고 바로 취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스펙을 쌓고 경쟁률을 뚫고.

직업을 얻기까지 치열하다.

그 치열함 속에 조금 다가가며.

삶이라는 것을 보는 시야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그 치열한 흐름 속에서 나는.
또다시 ‘사회’를 배운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쟁과 사회생활.

그 속에 조심스럽게 반발짝 내밀어 본다.

20대와 30대 초반까지 치열했던 과거의 삶이 떠오른다.

열심히 뛰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뛸 생각을 하니.

저절로 에너지가 솟기도 한다.


재취업, 다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사실 두려움이 크기도 하지만.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 앞에.

내 삶을 더 감사하고 더 사랑하게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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