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처음으로 설거지 비누를 들였다. 이제껏 주방세제만 사용하다 설거지 비누를 쓰려니 어색했지만, 수세미도 천연소재에 처음 도전해 봤을 때라 이참에 같이 바꿔보자 해서 세제를 다 쓰자마자 구매했다.
쿠팡에서 설거지 비누를 검색하니 여러 제품이 나왔고, 그중에 후기가 많은 편이었던 동구밭 설거지 비누를 택했다.
나름 후기도 열심히 보면서 대충 느낌이나 세정력이 이렇겠구나 예상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다시 주방세제가 그리워졌다.
일단, 거품은 잘 났다. 세제와 다르게 밀도 높은 거품이 부드럽다. 하지만 세정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리 집은 하루에 한 끼니 정도는 설거짓거리에 기름기 있는 식기와 조리도구가 나오는 편이다. 그런 경우 먼저 키친타월로 한 번 닦아내고 물로 애벌세척을 한 후에 설거지를 하지만, 어째 깔끔하게 세척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특히 겨울철엔 모든 설거지를 온수로 하는데도, 건조 후 식기를 보면 기름얼룩이 남아있어 다시 설거지를 하거나 마른 수건으로 한 번 더 닦고 정리했다.
또, 설거지 비누를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하얀 자국도 눈에 띄게 보였다.
미네랄 성분과 비누의 지방산 성분이 반응해서 그렇다는데,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하지만 보기에는 꽤나 신경 쓰였다.
그나마 하얀 그릇 종류는 잘 티가 나지 않지만, 스테인리스 종류나 유리 반찬용기는 하얀 자국이 너무 잘 보여서, 이 역시도 건조 후 매번 마른 수건으로 닦아줬다.
그 정도 되니 설거지 비누 사용이 점점 꺼려져 결국 얼마 있다 다시 주방세제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 환경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을 왜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천연 수세미도 설거지 비누도 그런 이유에서 구매했다.
나의 경우,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정리수납을 더 좋아하게 됐고, 굳이 돈 들이기 싫어 수납에 종이박스를 재활용하다 보니 조금씩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유팩을 씻어 일회용 도마로 사용하는 것도, 나에게도 설거짓거리가 줄어 좋지만, 동시에 뭔가 친환경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그래서 더 환경에 도움이 되는 살림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강박 아닌 강박으로 느껴졌나 보다.
일전에 주방 소개를 할 때, 서랍 한 칸은 비닐류, 랩이 정리되어 있다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 위생 비닐, 지퍼백을 사이즈별로 구비해 놓고 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나도 나름대로 사용을 자제하고, 깨끗한 건 세척해서 재사용도 하는데 내가 꼭 환경파괴자라는 죄책감까지 가져야 하나..? 싶은 거다.
어찌 보면 자기변명 같기도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도 쭈욱~ 살림하는 거 당장 환경친화적인 사람이 되는 것에 급급해하지 말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고백하는데, 그때 처음 도전한 천연 수세미는 설거지할 때 사용감이 불편해서 결국 화장실 청소용으로 밀려났고, 한동안 설거지할 때 스펀지가 들어간 옥수수 수세미를 사용하다 요즘엔 직접 뜬 뜨개수세미를 사용 중이다.
설거지 비누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처음에 3개를 구매했고, 소진 속도가 느려 앞으로 한 달은 더 쓰지 싶은데, 다 소진하고 나면 내 사랑 우리밀세제에 올인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