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린탓인가, 원래 비가 내리면 호르몬이 반응하여 멜랑꼴리 해진다고 하잖아. 우리의 지나간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선 또 울어버린 날이야. 특별할 것 하나 없었던 일상이라고 느꼈던 순간들로 문득 문득 소환 되서는 눈물이 흐르더라고. 하염없이 울어버리고 싶은데 눈물이 흐르다가 단수 되듯 뚝, 끊겨버리는 것도 참 답답하고 우스워. 더 깊이 내려가면 두려운 건지, 얼마나 깊은 웅덩이길래 맨홀 뚜껑이 열리다가 헐레벌떡 닫혀버리는 건가 싶어.
과거가 재생 될 때면 마치 내 뇌에 너와 함께 만든 별들로 가는 여행을 하는 것 같기도 해. 촘촘히 연결된 뇌의 뉴런들이 빤짝빤짝 노란 별들같고, 나는 우주가 된 듯 하지. 오늘 간 별나라는.. 동대문 닭한마리 칼국수를 좋아했던 우리였는데 멀어서 못 갔던 가게가 향남에 분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달에 두어번씩 하얀색 망고를 타고 갔던 날들이었어. 누가 먼저 술을 마시느냐 눈치 싸움하다가 결국 너에게 술 잔을 양보하고, 운전대를 잡았던 그 소소했던 날들 말이야. 모두 사랑이었더라.
사랑했던 사람들이 돌아가고 나서 지구에 남겨진 뒤 확실하게 알게 된 건 일기장에 특별하게 쓸 이벤트가 없었던 일상이 가장 진한 그리움의 순간들이라는 거야.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순간, 주말에 늘어져서 누워서 뒹굴거리며 각자 핸드폰 하고, 책 읽으며 쉬었던 시간, 코스트코 빨간 카트를 밀며 장을 보았던 순간, 화장실에서 같이 양치를 했던 순간 등등... 하와이, 삿포로, 샌디에고, 근사한 여행지를 갔던 곳들도 분명 회상되지만 그런 여행은 '추억'처럼 느껴지는 아련함이야. 그런데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의 회상은 눈물이 나는 그리움이더라고.
오늘 밤은 남기고 싶어. 사랑한다고. 보고싶다고. 여전히. 언제나.
이제는 삶을 걸어가야할 때가 왔다. 그의 등에 업혀서 혹은 두둥실 흘러 세상에 무임승차 해 온 시간은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만 두고 싶다는 침전의 무게보다 이제 그만 나가고 싶다는 분출의 에너지가 선명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천천히 한 걸음 떼려하니 뒤돌아 서서 뒤로 걷기를 한다. 그래, 아직은 앞을 보고 걷기는 힘든가보다. 뒤를 보고 천천히 차근 차근 걸어가보자. 멀어지는 것이 아니야. 결국 만나.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