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떠나고 시리즈
안녕, 허니! 입춘이 지나고 봄내음에 살랑 포근해지나 싶더니 다시 추워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자연의 모습도 고속도로처럼 매끈하게 한방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 안심이 돼. 비틀비틀,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ㅡ 이것이 ’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싶어서. 원래 그런 것이구나! 나만 그런 것 아니네~ 자연스럽게 잘 하고 있구먼! ^.~
하루의 ‘왜’라고 시작하는 질문이 왜 헤어졌는지가 아니라 왜 결혼을 했는지 궁금해했다는 것에 시선이 멈추었어. 마치 배낭여행 후 돌아온 나에게 그 여행을 가게 된 이유를 물어봐주는 호기심 같이 따스하게 느껴졌거든. 여행을 마친 나에게 왜 집에 돌아왔느냐는 질문보다는 여행을 왜 가게 되었느냐는 질문이 나의 여행 자체를 인정해 주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 새삼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기분 들잖아. 아마 여행에서 왜 돌아왔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행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었나? 이유가 있어야지만 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나?라는 등등의 검열이 시작 되었을 것 같아.
하루의 질문에 나도 한번 생각해 봤어. 나는 왜 그와 결혼을 했을까. 어렸을 적부터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왔고, 평생 한 사람만 어떻게 사랑하냐며 자신이 없다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주변에 닮고 싶은 부부도 딱히 없어서 결혼에 대한 꿈이나 환상도 없었고 말이야. 내가 그와 결혼을 한 이유는 ‘그라서’였어. 그의 꿈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고, 그와 함께 하려면 결혼을 해야만 했지. 나를 위해 꿈을 포기해 달라고 말할 이기심도 없었고, 그도 나를 위해 그의 꿈을 포기하긴 어렵다고 했고 말이야.
요즘 난 멕시코인 여자친구와 매주 월요일마다 언어교환을 핑계로 카페 투어 중이야. 그녀는 자유롭고 용감해.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가족을 만들기가 인생의 꿈 중 하나야. 그녀와 교감하고 공명하며 한 가지 알아차린 것이 있어. 난 예전에는 결혼을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만 생각했었어.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만약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면 동거 없는 연애만 계속했을 수도 있을 것 같더라. 그런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게 결혼은 ’ 내 가족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가 바뀌었어. 단순히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넘어서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이 결혼이더라. 동화책 엔딩이 늘 왕자님과 공주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니 로맨틱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 줄만 알았던 것이지. 완성이자 새로운 창조인 것을 모르고 말이야. 가족을 만들고 싶을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어느 날, 하루가 물었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제제가 내 마음을 쿵! 하게 했던 말이 떠올랐어. 하루가 무엇을 물었는지도 모른 채 제목만 봤었지만 왠지 마음을 쿵! 하게 했을 중요한 질문 같았으니까. 그래서 그가 떠나고 제제가 했던 말들에 울컥울컥 쏟아내 버린 시를 남기며 마무리할까 해. 네 말대로 사랑은 증명할 필요 없이 사랑하는 거지. 그래,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밖에 없는 것이야. 그런데 난 당연함에 취해서 어리석어지기도 하더라. 공기처럼 당연해져 버린 사랑이 있음을 잊어버리고, 떠난 뒤 남겨진 발자국을 보고 알아차리는 바보 같은 오늘을 반복한다. 머리로는 사랑을 인식하려고 해도 어느새 숨 쉬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 글을 쓰다 보니 알겠네. 사랑 역시 증명할 필요도, 인식할 필요도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호흡처럼, 사랑은 숨결이니까.
<니가 떠나고 #1>
엄마,
코로나가 아빠 대신 사라졌으면 좋겠어
아이스크림 먹기 딱 좋은 날씬데 말이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니가 떠나고 #2>
일곱 살 아이라
다행이라 했다
어릴 때 일들은
우리도 잘 모르지 않냐고.
여덟 살 아이가
아침 먹다 말했다
“엄마, 나 아빠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나”
우리도 몰랐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는 아픔을. 슬픔을.
<니가 떠나고 #3>
밤 10시 23분
빵빠레가
먹고 싶다는
아홉 살 어리광에
주섬주섬
사러 나갔다.
나라면
귀찮았을 걸음
너라면
해주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