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관계
며칠 전 꿈 하나를 꿨어. 나의 모교이자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운동장 위쪽 계단에서 어떤 할머니가 심각하고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 계시는 거야. 할머니가 괜찮으신지 살펴보려고 계단을 올라갔는데, 할머니의 오른쪽 눈엔 홀로그램처럼 무지개빛깔 우주가 보였고, 왼쪽 눈은 고뇌로 가득 차있었지. 나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네 안에 두 명이 살고 있어.'라고 하시는 거야. 난 계단을 내려오면서 픽, 쓰러졌고 죽어갔어. 죽어가는 그 느낌이 너무 평온하고 가볍고 행복한 거야. 넷플릭스 슈퍼마리오 영화에 나온 노란 별이 쿠파 지옥불 감옥에 담가지려는 순간에 '드디어 평안~'이라며 무척 평온하고 기쁜 미소를 짓거든. 딱 그 느낌이었어. 드디어 평안~
그 스르륵~ 평안이 찾아오는 순간에 다시 눈을 뜨곤 몸을 일으켜 세워서 계단에 서 있던 또 다른 이에게 내가 말했어. 내 딸을 잘 부탁한다고.
그날 밤에서 네가 그랬잖아.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키고 싶어서라는 걸.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이번 생을 살아갈 의미가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이 꿈이 생각났어. 정말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사랑하는 존재를 걱정하고 떠올리는 걸 보면 이번 생 살아갈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해지는 거지. 물론 함께하는 것이 귀찮고 버거울 때도 있지. 그렇다고 혼자인 것이 늘 충만하고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법륜스님이 희망편지에서 '같이 있어도 괜찮고, 혼자 있어도 괜찮은 자유로운 사람이 되세요'라고 했는데, 사랑하는 존재들 덕분에 이번 생 살아갈 의미를 가진다는 뿌리 깊은 진실은 인생의 패러독스야.
'자유와 관계'는 너의 삶에선 어떻게 번역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