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이면 이리가 하늘나라 간 지 3주년이야. 난 숫자에 의미를 두는 편인데, 411에 하늘로 간 그의 딸은 114에 땅으로 왔고, 우리는 119 부부가 되었지. 불을 끄라고 했거니 불을 내서 초가산간을 다 태워버렸지만 말이야. 3년상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3년은 폭풍우 치는 애도의 기간이 흐르고 잔잔히 담을 수 있는 때로 넘어갈 수 있는 걸까, 하는 기대를 해보고 있어.
허니가 새 아이에 올린 그때의 제주도 여행이 나의 영혼의 주모님을 처음 만나고 홀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독채 펜션을 누린 전생의 마지막 천국행이었던 기억이야. 그날 밤 우리의 대화, 그리고 네가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겠던 내 마음도 생생히 기억나. 같은 공간, 같은 시각 - 우린 각자의 사막을 걸으며 그 순간을 맞았지. 그날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어. 그 제주도 여행에서 육지로 돌아온 날, 차경 작가님께 눈길을 헤치고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정말 그날을 기점으로 전생과 현생이 갈라지게 될 줄이야..!!
난 3년 전, 전생에 만난 것 같은 이리를 떠올리면 그를 참 몰랐던 것 같아. 이리는 호랑이를 가둔 사육사처럼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았고 길들였고, 나는 가둬진 것도 모르고 자연에 사는 줄 안 호랑이처럼 관계를 믿었어. 그리고 자연에 관심도 없는 어리석고 무자비한 인간처럼 나는 이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던 것 같아.
끝을 향해 가던 그 시절 유튜브 <딩고>를 즐겨보던 이리는 내게 같이 듣자며 보여주곤 했었던 것을 기억해. 나는 최신 가요를 즐겨 듣는 편이 아니어서 이 아저씨가 이런 감성 취향도 있었나 싶어 낯설어했던 감각은 기억해. 그리고 적재 노래를 무척 좋아하며 <별 보러 가자>, <나랑 같이 걸을래>를 참 오랫동안 들었지. 여전히 이 노래는 이리를 떠올리게 하고 눈물이 나. 내 기억 속 이리의 소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멜로디와 가사니까. 그런데 나는 분명히 3년 전 <딩고>를 들으며 위로받고, 자신의 광야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를 몰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말이야. 난 내 안경을 쓰고 본 이리 밖에 모르는 거야. 난 그를 알았을까. 그는 나를 분명 알았는데 나는 그를 몰라.
맥주를 좋아하고, <딩고>를 자주 보았고, 자동차를 사랑했고, 기계에 관심이 많고, 인문학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만큼 순수한 호기심이 있었던 사람. 요리를 재미있어했고, 훗날 자유로워지면 스테이크 구워파는 푸드트럭을 꿈꿨고, 나 때문에 초라해진다고 한 사람.
오랜만에 이리를 더듬어보니 영화 속 캐릭터를 적어 내려 가는 기분이야. 내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자고 있는 이리 와 함께 이 세상에 창조한 어린이가 없었다면 정말 그가 존재했었던가, 일장춘몽의 꿈속 나비는 아니었나 싶을 것 같아.
오늘은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고 있어. 맥락도 주제도 없네. 미리 정해 둔 <별 보러 가자>라는 제목에 맞춰 떠오르는 대로 토해내고 있어. 마침 이번 주 토요일이 3주년이고, 허니가 남겨 둔 제주도 사진이 영정사진 찍기 바로 직전의 여행이라 전생 리딩하듯 그러고 있네.
아, 허니가 공유해 준 일본의 남자 어린이가 사람만 도망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에 화답해 볼게. 내가 좋아하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나오는 부분이야
후후.. 2019년 9월 8일에 내가 카카오톡 프로필로 해 둔 이미지야. 나의 헬게이트가 딱! 처음 열렸던 때지. 그 시절 나는 ‘어느 선택이 나에게 행복한가?’가 아닌 ‘어느 선택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인가?‘로 처음으로 행복이 아닌 고통을 기준으로 삶에서 선택을 해야 했던 시절이었지. 한편으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평안히 살아온 인생이었구나ㅡ 싶기도 하고 말이야. 30대 중반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삶에서 고통이 기준이 되는 순간을 마주했으니 말이야. 물론 고통이 기준이 되는 상황 자체가 삶이 정렬이 틀어진 잘못된 신호임을 이제는 적확히 알아. 그 상황 자체에서 벗어나야 함을 말이야. 아마 내 영혼은 그래서 꼭 기억하라며, 언제든 달아날 때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내 눈앞에 가져다 두었고, 나를 응원했던 것 같기도 해. 나는 도망치면 안 된다고 배운 인간이었기에 인간다운 선택을 했지만 말이야. 마스다 미리의 저 메시지는 지금 보아도 속이 뻥! 뚫리는 자유함을 줘. 아따 조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