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를 읽고
아동학대와 체벌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아동학대와 체벌 사이에 금을 긋듯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성인에 대한 폭력을 다르게 대하는 시각도 꽤 널리 퍼져있다. 2016년 경기도 가족여성 연구원이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력 허용태도>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98%가 '상대방을 때리려고 위협하는 행동은 폭력'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자녀의 습관 교정을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를 때리고 위협해도 된다고 답한 비율은 48.7%, '예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35.3%,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응답이 23.3%로 나타났다.
상황에 따라 부모는 자녀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강한 것이다. 자녀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성인,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 어느 누구도 사랑을 이유로 또는 타인의 행동 교정을 위해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없는데 오직 아이들만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때리는 것이 용인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미숙한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체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열등한 상대에 대한 교정 목적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오래된 논리다.(ebook기준 18p)"
체벌이 교육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경험적 연구는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없고 되레 폭력의 내면화를 통해 뒤틀린 인성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에게도 반성보다 공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ebook기준 18p)"
"매를 들고 무섭고 엄하게 다스려야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고 잘 자란다는 통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무수한 실증적 데이터는 오히려 그 반대를 가리킨다. 체벌의 긍정적 효과는 그저 믿음뿐이고, 체벌의 부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워낙 많아서 이건 논쟁이라고 할 수도 없다.
2016년에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발달심리학자 엘리자베스 거쇼프Elizabeth Gershoff는 이 분야의 거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연구를 발표했다. 체벌과 관련한 50년 치 데이터를 메타 분석한 결과 체벌을 받은 아이도 반사회적 행동과 공격적 성향을 보이게 될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ebook기준 18-19p)"
폭력의 대물림
"부모의 훈육적 체벌은 의도가 선하기 때문에 신체의 온전성 및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상 부모 중심, 성인 중심 해석일 뿐이다. 체벌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대해 인류학자 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체벌은 갖가지 이유로 행해질 수 있고, 거기 따라붙는 훈계도 그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표면상의 다양성을 넘어서, 체벌은 언제나 단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바로 체벌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너의 몸은 온전히 너의 것이 아니며, 나는 언제든 너에게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체벌에 동의한다는 것은 이 가르침을 수용한다는 뜻이다. (하략)」
나는 언제든 너의 몸에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 과거 여성에 대한 폭력도 같은 메시지를 깔고 있었다. 체벌을 비롯하여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에 대한 반복적 폭력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언제든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 당신이 존재할 권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인 나라는 주장, 그렇게 힘으로 상대를 침묵시키고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상대 안에 심으려 하는 시도다.(ebook기준 19p)"
공권력의 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