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드디어 오늘 독도 케이크 나와요!”
교실은 아침부터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급식 메뉴를 거의 외우고 산다. 아마 학교 급식 메뉴판으로 받아쓰기를 하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모두 100점이 나올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다.(영양 선생님 보고 계시죠?)
오늘은 아이들이 기대하던 바로 그날이다.
급식차가 왔다.
“선생님, 아무리 찾아봐도 독도 케이크가 없어요.”
급식을 준비하는데 아이들 표정이 불안하다. 이 분위기 왠지 싸늘하다.
“잠깐만. 영양 선생님께 확인하고 말해줄게.”
우리 반 모두는 멈춘 화면인 듯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내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아. 이 숨 막히는 긴장감.)
“얘들아, 독도 케이크 공장에서 물량이 부족해서 오늘은 대체식으로 과일을 주신대.”
“아. 뭐예요.”
아이들은 거의 봉기 직전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급식 당번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위생 모자를 땅으로 집어던졌다. 지금 이 분위기 거의 파업 분위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나 조차도 납득되지 않는 말들로 분위기를 수습했다.
“얘들아, 선생님도 지금 진짜 속상해. 그런데 어쩌겠니, 공장 사정이 그렇다는데. 독도의 날 화내면 안용복 선생님께서도 많이 속상하실 테니 우리 다시 힘 내보자!”
흠흠. 오늘 나의 수업 계획을 소개하자면 점심엔 독도 케이크를 먹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독도 교육을 하고, 그다음 독도 팝업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기분 나쁜 상태’이다. 이를 어쩌나.
언제나 수업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교사는 경력이 늘어가면서 그 예상치 못한 일을 유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대처한다. 나는 언제나 유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교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대처라는 것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독도 케이크’는 감히 예상해보지 못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자, 그래도 힘내서 독도 팝업북을 만들어보자!”
독도 교육을 다 마친 뒤 아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줘야겠다 싶어서 일부러 밝은 분위기를 유도했다. 그러나 사실은 나조차도 기운이 나지 않았다. 다소 우울한 분위기에서 만들기를 시작했다.
“선생님. 독도 노래 틀어주세요.”
“응?”
“그거 들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아요!”
준서의 제안에 나는 홀린 듯이 유튜브를 틀었다. 아이들이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다. 한고비 넘겼다. 역시 분위기 살리는데 음악만 한 것이 없지. 암만.’
가슴을 쓸어내리며 준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몇몇 아이들이 팝업북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얘들아, 지금 독도 노래 틀어놓아서 팝업북 영상은 그다음에 봐야 할 것 같은데?”
친절한 교사인 나는 다정한 목소리로 순서를 기다리라고 안내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태림이가 앞으로 나왔다.
“선생님 그러면 팝업북 영상은 음소거를 하고, 독도 노래랑 같이 동시에 재생을 해보세요. 그럼 화면은 팝업북 영상을 보고, 노래는 독도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태림이는 유튜브를 켜주면서 나에게 도움을 줬다. 동시에 유튜브를 재생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생각해보지 못한 방법이었다.
“와! 태림아. 고마워! 선생님은 왜 이 방법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진짜 고마워.”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독도 팝업북을 열심히 만들었고, 결과물은 훌륭했다.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화장실로 걸어가는 길에 어떤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오늘 준서와 태림이는 나의 선생님이었다.’
그동안 학생이 나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의 나에게 준서와 태림이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내게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었다.
절망적인 분위기를 음악으로 부드럽게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두 가지 유튜브 영상을 동시에 재생하면서도 음향과 영상을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둠에서 나를 꺼내 주었다.
유난히 아찔했던 하루. 순간의 깨달음이 달콤했다.
독도의 날에 만난 두 선생님들 고마워요. 아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