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쓰는 소리 하고 있네!

브런치 작가 재수생 이야기


“아! 이 글 너무 재미있다! 내가 썼지만 참 재미있네!”


글 한 편을 완성해놓고 호기롭게 ‘브런치’로 향했다.


브런치는 예비 작가들이 글을 올리는 플랫폼이다. 수익이 창출되는 곳은 아니고, 예비 작가들이 글을 올리는 곳이다 보니 출판사 관계자들과 잘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예비 작가들의 ‘습작 무대’ 라고나 할까?


사실 나는 브런치 사이트의 존재만 알고 있었다. 거기서 엄청난 인기를 끈 글들이 책으로 출판될 수 있다는 정도까지만 들었다. 글쓰기를 전공한 것도, 오랫동안 꾸준히 써 온 것도,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직업적인 엄청난 내공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감히 접근할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에세이 한 편을 쓰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브런치로 직진. 작가 신청을 눌렀더니 작가 소개를 하란다.


‘매일 작가가 될 수 없지만, 글 쓸 일은 매일 있어.’


일단 매일 나에게 용기를 북돋는 문장을 적었다. 좀 있어 보이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쓸 말이 없었다. 뒤통수가 조금 따가웠지만 더 딱히 쓸 말이 없으니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일단 다음 페이지로 이동했다.


글의 목표나 목차를 쓰란다. 엥? 딸랑 한 편인데. 목차는 없고 요즘 푹 빠져있는 경제 서적을 읽고 나의 삶에 적용한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고 적었다.


다음 페이지는 혹시 최근에 활동한 경험이나 본인 글을 기고한 것이 있다면 URL을 넣으라고 했다. 여기서 완전 좌절.


‘아, 내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온 것 같다. 이곳은 내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아니구나! 이곳은 글 좀 쓰는 사람들의 놀이터인 것 같다. 이를 어쩌지.’


그래도 '브런치 도전 경험'을 얻겠다는 자기 합리화의 정신으로 엉망진창 작가 신청을 황급히 마무리했다. (이것은 마치 수능 점수 200점 학생이 터무니없이 서울대 원서를 써보고 나서 ‘나는 서울대에 지원했었다.’라고 떠벌리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심리.) 영업 기준일 5일 이내에 작가 여부를 알려준다는데 기대가 1도 되지 않았다. 이미 작가 신청하는 과정에서 탈락을 예감했다.


4일 뒤 알림이 왔다.


‘(시무룩 금지) 안타깝게도 이번에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브런치 작가 되기 노하우‘를 확인해 보시겠어요?’


아! 저 얄미운 '시무룩 금지'를 어쩌면 좋지?

이미 신청 과정에서 시무룩해졌기에 더 이상 시무룩해질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남은 시무룩이 있었는지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브런치 작가 되기 노하우’를 찾아볼까 했는데 선뜻 눌러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브런치 작가가 된 사람들의 경험담이 너무 어마어마한 것들일까 봐 두려웠다. ‘어릴 적부터 문학소녀였다’ 던 지, ‘글은 안 써도 책을 늘 함께했다’ 던 지 이런 식의 후기가 나올까 봐 두려웠다. 나는 너무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더 선명하게 비추어주는 글들과 마주치면 난 영영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애써 외면했다.


‘그냥 쓰자.’


그리고 매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썼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매일 올렸다. 쉽지 않았지만 그냥 썼다. 10개만 써서 브런치에 제대로 출격하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표시되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사실 지인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좋아요’는 지인들이 눌러주는 ‘오픈 빨’이라고 생각한다.)


10개 정도의 글이 모여서 다시 ‘브런치’한테 갔다.(환불받으러 가는 느낌으로.)


‘야, 브런치! 내가 왔다. 이번엔 글 좀 모아 왔어. 한번 볼래?’


브런치는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치는 얄미운 캐릭터처럼 나를 맞았다.


먼저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냉소적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 온 지 어느덧 18년이 되었습니다. 냉소적이었던 시간을 견딜 수 없어 글쓰기를 시작했고, 열정적이었던 시간 덕분에 남들과는 다른 조금 웃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교직 일기를 이제 브런치에 올리고자 합니다.”


꽤나 만족스럽다.(혼자 만족.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웃기려고 하는 거니 비웃으셔도 됩니다.)


다음은 브런치 활동 계획.


“글의 주제는 교직 일기입니다. 학급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일, 동료 교사와 있었던 일 등을 조금은 재미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써 보고자 합니다. 저는 매일 글감을 채집하러 출근합니다. 대략의 목차는 없지만 매일매일 잡아 올린 신선한 글감으로 가심비 좋은 ‘오마카세’를 선물해드릴게요.”


패기와 아부가 섞인 멘트. ‘오마카세’에서 빵 터지겠지? 느낌이 좋다.(빨리더 많이 비웃어 주세요.)


활동 URL을 넣으라는 칸에는 인스타그램 주소를 넣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들을 그대로 ‘복사 붙이기’ 한 것이라서 그렇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넣을 수 없었던 1차 도전 시기의 초라한 나를 외면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알림은 약 4일 뒤에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글감을 채집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알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글 발행에 앞서 프로필에 ‘작가 소개’를 추가해주세요!”


우와! 믿어지지 않았다. 브런치랑 ‘기싸움’ 하는 기분으로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기쁘고 감사했다. 브런치에 도전하면서 내 마음은 고무줄이 되었다. 글 한 편 써 놓고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바로 ‘쭈구리’가 되었다. 탄성을 잃은 고무줄처럼 찌그러진 마음으로 쓰고 또 썼더니 결국 브런치 그 녀석이 합격을 시켜줬다.


사실 합격 기준도 잘 모르겠고, 브런치 작가가 어떤 의미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꾸준히 쓰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자세한 거 차차 쓰면서 알게 되겠죠?)


너무 기뻐서 옆 반 선생님께 자랑했다.


“선생님, 저 브런치 합격했어요!”


“브런치? 그게 뭐예요? 브런치도 합격해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나는 이제 ‘먹는’ 브런치가 아니라 ‘쓰는’ 브런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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