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의 눈물



전담 시간이라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렸다.


“선생님, 뭐 하세요?”


멀리 앉아 있던 6반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아. 저 지금 글 써요. 1일 1 글쓰기 이거 쉽지 않네요.”


“근데 스트레스받지는 않으세요?”


“처음엔 스트레스였는데. 요즘엔 루틴이 되었어요. 왜 이렇게 되었냐면...”


어쩌다 보니 내가 왜 1일 1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실천하게 된 지금 내 삶은 어떠한지를 랩처럼 토해냈다.


언제나 착한 딸, 착한 교사, 착한 아내,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로 살고자 노력했었다. 다행히 성과도 나쁘지 않았기에 늘 칭찬만 들었고, 나는 더욱더 착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번 아웃이 왔다.


몸이 힘들어져서 정신이 힘들어진 것인지, 정신이 힘들어져서 몸이 힘들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다 힘들었다.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일도 좀 줄이면서 조금 쉬다가 이내 다시 달렸다. 그런데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멈추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멈춰야 할지를 몰랐다.


다행히 올해 부장교사를 하지 않으면서 조금 시간이 생겼다. 책 읽을 시간과 생각할 시간들이 생겼다.


마침 친한 선생님 중에 책을 출간하신 분이 있는데, 나에게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다.


고민이 되었다. 나의 게으름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러나 이 기회는 다시 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변 선생님들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일을 빨리, 많이 하니까 빠릿빠릿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책임감이 주는 일종의 ‘각성상태’였다.


집에 돌아온 나는 방전된 채로 그야말로 침대가 되었다.('침대와 한 몸' 보다 더 심한 상태)


이런 내가 퇴근하고 글을 쓰려니 정말 시작이 힘들었다.


그러나 나에게 늘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었던 친한 선생님을 떠올리면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꿈에서 선생님이 나한테 왜 글 안 보내냐고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나를 도와주는 그분은 정말 성실하고 똑똑하신 분인데, 나의 게으른 민낯을 자꾸 들키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덕분에 자꾸 글을 쓰니 다행히 조금씩 재미가 생겼다.


더 쓰고 싶어지는 신기한 날도 있었다.(매일 그런 날이 오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아! 쓰다 보니 6반 선생님께 풀어놓은 내 인생 이야기를 글로도 풀게 되었다. 어느새 원고가 많이 채워졌다. 워매 좋은 것!)


“아, 역시 예술은 가난과 고통에서 나온다더니. 선생님께서도 그런 시간들이 있으셨군요. 선생님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요즘 생각이 많아요.”


어느새 6반 선생님도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요즘 전담 시간마다 연구실에서 선생님들은 내게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신기해하시는 분들에게 대답해드리다 보면 꼭 인생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그 전담 시간의 끝에는 나와 상대방 선생님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마치 공식처럼.(오늘도 그 공식이 적용되고 말았다.)


“딩동 딩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5반 선생님께서 연구실로 오셨다.


“에고야. 요즘 5반 선생님이 들어오실 때마다 제가 울고 있네요. 주책바가지네요.”


나와 6반 선생님은 얼른 눈물을 훔쳤다.


5반 선생님은 연구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나의 모습을 제일 많이 보신 분이다.(눈물, 콧물 모두 커밍아웃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울고 있으니 ‘무슨 슬픈 일인가’ 싶어 놀라셨는데, 몇 번 보시더니 이제는 ‘그려 려니’하신다.


“그러게. 영미 쌤이 선생님들을 다 울려버리네. 근데 나도 그 이야기 듣고 싶어. 나도 울어보고 싶어. 나도 영미 쌤이랑 전담 시간 겹치고 싶어. ‘영미의 눈물’이 나도 필요해!”


나는 눈물이 많다.(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이 눈물은 늘 부끄러웠다.


남의 결혼식, 돌잔치에서는 기본이고 학부모 상담 때도 나는 울보가 된다.


한번 울음이 터지면 잘 멈춰지지도 않는다.


공식 석상에서 빨리 눈물을 정리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 정말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내 눈물을 필요로 하는 분이 계시다니!(무려 한 분입니다.)


내 삶을 돌아보고 고민했던 시간 들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동네방네 소문내며 운 것뿐인데 이리도 원하시다니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으로 마르지 않는 나의 눈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영미의 눈물’아 그동안 미워해서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저평가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마르지 말고 퐁퐁 샘솟아 주렴.(왠지 쓸모가 많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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