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부터 11월 30일부터 나는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글을 썼다. 게으르며 변덕이 심한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남편은 ‘저거(?) 언제까지 가는지 보겠다’는 반응이었고, 평소 나를 알 던 지인들은 ‘영미가? 글을?’ 라며 조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열 편 남짓한 글을 인스타에 올리면서 조금의 용기가 생겼고, 그 글들을 모아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운이 좋게도 브런치 작가도 뚝딱! 되어 버렸다.(이것은 오직 남편에게 하는 잘난 척입니다. 게으른 주제에 꿈이 많은 저를 항상 무시했거든요.)
남편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늘어진 나를 향해 혀를 차는 대신 ‘오늘은 글 안 써?’ 이런 다정한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누라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자랑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대부분의 반응은 ‘브런치가 뭐예요?’ 였다고 한다.)
남편의 자랑질(?)에 힘입어 되도록 1일 1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11월 30일까지는 아주 성실한 작가였다. 그러나 12월 1일부터 돌연 은퇴한 작가가 되어버렸다. 데뷔하자마자 은퇴라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 변명으로 점철된 반성문을 쓰고 은퇴가 아님을 명명백백히 밝히고자 한다.(아무도 나의 데뷔와 은퇴에 관심 없음 주의.)
첫째, 학교가 너무 바빴다. 12월 학교가 정말 바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터. 더 이상 변명하지 않겠다.(갑자기 비장해짐.)
둘째, 갖가지 연수를 신청해 버렸다. 글쓰기 연수 및 미래 교육 연수 등의 공문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연수를 신청해 버렸다. 항상 의욕과 호기심이 넘쳐 연수를 신청해놓고서는 이수를 못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글쓰기 연수는 도저히 이수를 안 할 수 없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하는 자존감 수업’의 저자 김나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셋째, 쏟아지는 약속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모임이 다소 많은 나는 연말과 방학에 모임 성수기를 맞는다.(사람들이 좋은 걸 어찌합니까.)
넷째, 난생처음 투고라는 것을 해보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쓴 글 덕분에 약 50편 정도의 글들이 모였다. 용기를 내어 이 글들을 바탕으로 출간기획서라는 것을 한 번 작성해 보았다. 출판사들의 이메일을 수집하고 출간기획서를 발송해 보았다. 번번이 예쁜 거절의 답장을 받았다.(이런 것을 예쁜 쓰레기라고 하는 거였을까?) 감사하게도 그 와중에 출간 제의를 해 주시는 예쁜 출판사가 나타났고 2023년 1월에는 출간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렇게 나는 12월에 많은 일을 한 여자다. 그 와중에 약 세 편 정도의 글을 추가로 썼고, 책 읽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12월 1일부터 업로드되지 않았던 나의 글에 대한 변명을 충분하다고 본다.(누가 물어봤니? 독자 둥절!)
흠. 어차피 변명과 주접 사이를 오가는 입장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서 몇 자 더 끄적여보겠다. 2022년 12월, 나는 손흥민의 월드컵 경기와 송중기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심취되어 있었으며(손흥민과 송중기의 팬입니다.), 30년 된 아파트에 사는 바람에 엘리베이터 교체 작업으로 14층까지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글을 쓸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궁금하지 않았던 나의 12월 이야기들과 글쓰기를 게을리했던 나의 삶에 대한 변명이 참으로 재밌고 우습다. 그리고 후련하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2023년엔 조금 더 부지런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에너지가 생긴다.
2022년 반성문은 너무 거창하고 12월 반성문이 쓰기에는 딱 좋은 사이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