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가지 사랑법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101가지 방법은 무엇일까요?”

“101개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아, 뭐야! 허무했다. 그런데 순간 번개같이 생각이 스쳐 갔다.


“26명의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26개나 터득할 수 있다!”


1년에 26가지 방법을 알게 된다면 교직 생활을 하는 30년 동안(더 할 수도 있음 주의.)에는 약 780가지 사랑법을 터득하게 된다. 780가지 사랑법을 알게 되는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무척 기대된다.


하지만 나에게도 26명의 아이들이 버거운 시절이 있었다.


“도대체 왜 애들은 제 멋대로인 거야!”


“도대체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제각각이야. 이렇게 하면 이렇다고 민원전화 넣고, 저렇게 하면 저렇다고 민원전화 넣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라는 소리야?”


다양한 아이들, 학부모님과 지내는 매일매일이 불평불만으로 가득 찼다. 겨우 일 년을 견디고 나면 3월엔 또다시 새로운 고객님(?)들을 맞이해야 했다.


“누가 교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했어! 매년 업무가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이 바뀌는데! 심지어 5년에 한 번은 무조건 다른 학교로 가야 하고 발령받자마자 일주일 뒤에는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들과 1년을 동료로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도대체 뭐가 안정적이라는 거야!”


부끄럽지만 이것이 내가 일상적으로 쏟아내는 멘트였다.


짧은 인생 속에 느낀 점 하나는 긍정적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부정적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 긍정적인 시기와 부정적인 시기를 겪는다. 나의 극단적인 멘트들을 봐도 그렇다.


당장 교직을 그만둘 듯이 매일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780가지 사랑법을 알았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시절도 있지 않은가! 두 극단적인 에너지가 한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것이 한 사람의 감정이라고 믿어지는가? 정말이지 ‘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다.


이런 변화가 생긴 계기가 궁금한가?

음.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그냥 궁금하다고 말해주면 안 되겠는가? (제발 궁금하다고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커피 살게요.)


비결은 ‘생각 선택하기’이다.


요즘 부자 되기 책을 즐겨 읽는데 부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선택한다고 했다. 부자들은 긍정적이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니 당신도 그렇게 살기로 선택해보라고 했다. 부자에 심취되어 있는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제안이었다.


홀린 듯이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집에는 시비 거는 남편과 말 안 듣는 아들이 있었다. 학교에는 말 안 듣는 아이들, 작은 일에도 싸우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나는 조금씩 변화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아이들에게도 공언하고 실천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방금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했어! 어때? 나 멋지지?”


이렇게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니 한 열정 어린이가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저 방금 00 때문에 겁나 열받았는데 열받지 않기로 선택했어요! 잘했죠?”


“그래 겁나 잘했어! 겁나 이뻐 죽겠어! 겁나 사랑해.”


이렇게 ‘겁나’ 폭격과 함께 이상한(?) 칭찬을 부어주었더니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본다.


“근데 앞으로 ‘겁나’는 안 쓸게요.”


난 아무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하늘 높이 올려주었다.


이렇게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했더니 우리 반에서도 스스로 긍정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눈앞에서 긍정의 전염을 경험했다. 나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는 26가지 방법도 금방 터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설령 26가지 방법을 다 채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19가지만 정도만 성공해도 진짜 대단한 수확 아닌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한 것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생각을 선택하는 동안 내 월급이나 재산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부자가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왜 안되었을까? 속았네. 노력했는데 이게 뭐야. 이것도 사기였어.’라는 억울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자가 부러워지지 않을 만큼의 행복이 다가왔다.(솔직히 아직도 조금은 부럽습니다.) 그리고 나도 곧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다.(제가 부자가 되면 맛있는 음식 많이 사드릴게요.)


앞으로 780가지 사랑법을 알게 된 멋진 할머니가 될 그날이 기대된다.(부디 1000가지 채우라는 말씀은 말아주세요. 호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 나의 오백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