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는 너무 무서워!

by 오르민

우리 뽀송이가 8~9살이 된 후부터 매년 여름 장마기간은 우리 가족에게 공포였다. 그 이유인즉슨, 뽀송이가 갑자기 천둥과 번개에 대한 공포심이 생겨나서 밤새 잠을 못자고 헥헥 거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보채기 때문이다.


"강아지도 나이가 드니까 겁이 많아지는 거야."


할머니 말씀대로 나이가 많아지면서 두려움이 생긴걸까? 원래는 천둥이 치든 말든 상관 안하고 쿨쿨 잘 자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번개와 천둥이 치는 날에는 겁에 질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속 날 쫓아 다닌다.


안쓰러운 마음에 꼭 안아주기도 하고, 둥기둥기 놀아주기도 하고, 일부러 방안을 환하게 밝힌 후 놀아주지만 뽀송이의 눈길을 오직 창문에만 꽂혀있다. 블라인드를 길게 내려도 번개가 치면 방 안이 번쩍! 하는데, 그때마다 더 홀린듯이 창문만 쳐다본다.


5키로 정도 나가는 뽀송이를 계속 안고 있으면 팔이 저려서 잠깐 내려놓으면 녀석은 혓바닥을 내밀고 헥헥 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다시 안아달라고 내 다리를 박박 긁는다. 그래서 또 안아주고, 침대에 잠시 내려놓으면 내려가겠다고 벌떡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러던 도중에, 천둥이 굉장히 크게 쳤다. 나조차도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는데, 이때 뽀송이가 등을 이상하게 구부리고 꼬리도 축 내린 상태로 서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내 침대 밑으로 쑥 들어갔다. 진짜 깜짝 놀랐다. 그동안 한번도 침대 밑으로 들어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천둥소리에 놀라서 침대 밑으로 숨은 뽀송이 @MJ



얼른 나도 바닥에 엎드려 침대 밑을 확인하니 뽀송이가 겁에 질려 구부정하게 서 있었다. 침대 밑에 공간이 있다해도, 뽀송이가 곧게 서기에는 좀 작았기에 구부정하게 서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나오라고 말하자 뽀송이가 얼른 나와서 안겼다. 이걸 계속 반복했다. 내 품에 안겨 있다가도 내가 못 미더운지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그와중에 그런 뽀송이가 걱정이 되어서 일부러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우신 아빠에게는 잘 가지도 않았다. 아빠가 "뽀송아, 이리 와라~" 하며 불러도 낯선 사람 보듯이 아빠를 흘끗 쳐다보고는 자꾸 나에게 오거나 막내 동생 방으로 찾아갔다.(평소에는 아빠를 제일 좋아해서 아빠 곁에 찰싹 붙어있다)


내 생각에는 아빠는 편히 주무시라고 아빠 곁에는 안 찾아가는 것 같다.(효자견이다)

대신 나나 동생에게 찾아가서 안아달라, 내려달라, 이거 저거 해달라고 밤새 보채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강아지 수면 음악 영상 등등을 찾아서 틀어줘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그 수면 음악을 듣고 나와 동생이 졸려서 꾸벅거리게 되고 뽀송이는 더욱 말똥말똥해졌다.


그러다가 빠르게 헥헥 숨쉬는 뽀송이가 걱정되어 애견 카페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습도가 높으면 강아지들에게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동생방의 에어컨을 켜고 선선하게 온도와 습도를 유지했다.(내 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나저나 습하지 않고 선선하니 나와 동생은 또 잠이 오기 시작했다.


동생의 작은 침대에서 동생,나,뽀송이 셋이 옹기종기 모여 누워있자니 내 허리가 나갈 것 같았다. 뽀송이도 이제 동생 방에서 나가고 싶어하길래 동생은 자라고 하고서 나만 뽀송이를 품에 안고 내 방으로 갔다. 거실에서 주무시던 아빠가 "이제 뽀송이 그냥 두고, 너 얼른 자라." 라고 졸린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씀 하셨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너무 겁먹은 게 보이니까 안쓰럽고 불쌍하다.


마치


- 누나, 나 저렇게 번쩍이고 우루룽 꽈루룽 하는 거 너무 무서워!!!


하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다.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집이 최고로 안전하니까 걱정 1도 하지 말고 푹 자면 돼~ 하고 안심시켜 주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너무 안타깝다.


그렇게 나도 못 자고, 뽀송이도 못 자고 있는 채로 아침이 왔다. 비도 너무 세게 내리지 않고, 흐리긴 해도 바깥은 환해졌다. 일부러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서 뽀송이에게 바깥 풍경을 보여줬다. 이제 비도 아주 조금 오는 편이고, 천둥번개도 안 치고, 밖은 이제 환해졌으니 안심하길 바랐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뽀송이가 작고 까만 코를 씰룩씰룩거리며 킁킁 바깥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눈빛과는 달리 이제는 좀 안정된 눈빛으로 바깥을 쳐다보았다. 이제, 잘 수 있겠다!


조심조심 뽀송이를 내 침대에 올려놓고 나도 그 옆에 누웠다. 다행히 내려달라고 보채지 않고, 누워 있는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자기도 피곤한듯 침대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래, 너도 얼마나 졸리고 피곤하겠냐...뜬눈으로 밤을 샜는데 안 자고 배겨?


"이제 코~자자, 알겠지?"


내가 잠긴 목소리로 말하자 뽀송이가 귀만 쫑긋하더니 한숨(?)을 폭 내쉬었다. (강아지 키우는 분들은 알 것이다. 뭘 안다고 한숨을 폭 내쉬는지...! 그런데 그 모습조차 너무 귀엽다.)


그리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찌나 고맙던지...문득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가 넘어 있었다. 처음으로 '백수'로 지내는 현실에 감사했다. 예전에도 거의 밤을 샌 채로 뽀송이를 안고 달래다가 그대로 출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루종일 몽롱하게 보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뽀송이가 잘 자나 확인을 하고, 나도 거의 기절을 한 것 마냥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푹 자고 일어나니 낮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는데 뽀송이가 침대에 없었다. 알고보니 뽀송이는 아침에 비가 잠깐 멈춘 틈을 노려 아빠와 아침 산책을 갔다온 것이다. 아빠는 출근 전에 꼭 뽀송이 아침산책을 시켜야 맘을 놓여하셔서, 아빠 본인도 피곤하셨을텐데도 불구하고 산책을 시키신 것이다.


그 덕분인지 뽀송이는 산책하고 와서 목욕도 시원하게 하고, 밥도 배부르게 먹은 후 선풍기 바람을 쐬며 거실 소파에서 꿀잠을 잤다. 어찌나 쿨쿨 자던지, 내가 과자를 먹든 말든(평소에는 내가 과자봉지를 만지는 소리만 들어도 귀신같이 알고 달려나온다) 전혀 모르고 단잠을 잤다.


단잠에 빠진 뽀송이 @MJ


앞으로 남은 장마기간을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냥 건강만 해라~ 네가 무서워서 그런 건데 어쩌겠니! 우리 가족이 옆에서 잘 지켜줄게! 라는 마음으로 자고 있는 뽀송이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쪼끄만 녀석이 우리 가족 믿고 장마기간에도 푹 잘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여기까지 총 세 개의 발행물이 2020년 7~8월 중에 썼던 것입니다. 다음부터는 최근에 쓴 글을 올릴 예정이오니 참고 및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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