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산다
100번 버스에서 내려
가까운 단골 꽃집에 들러
오늘 가장 마음 닿는 꽃
신중히 골라본다
아담한 튤립 한 송이
큼지막한 해바라기도 좋고
물망초 수선화 유칼립투스
조금씩 모은 작은 다발도 좋다
당신에게 건네려
등 뒤로 꽃을 감추어 든 손
같이 들려있는 공연한 걱정
쓰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며칠 가지도 못하는 생화라는데
짐 되는 건 아닐까 가시처럼 뻗어가다
당신은 봄의 화신化神
뜻밖의 꽃을 받은 당신은
오늘도 가시에 꽃을 피운다
일순간 한아름 미소를 피워내
오늘도 넘치도록 안겨준다
모든 걸 괜찮게 하는
당신과의 만남 위해
나는 오늘도 꽃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