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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보라 Sep 25. 2020

엄마에게는 누가 요리를 해주나?

엄마 사랑해요

<2부 떡볶이>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건 떡볶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이다.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항상 집에서는 설거지를 담당한다. 어쩌다 보니 이십 대 후반이 되도록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데 집에서 요리는 내 세대의 부모님들이 대부분 그렇듯 엄마의 몫이다. 떡볶이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직접 떡볶이를 만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음을 깨닫고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마음먹은 만큼 항상 요리를 담당하는 엄마에게 떡볶이를 해주고 싶었다.

     


 엄마랑 나는 각자의 일과를 다 마친 저녁에 함께 마트에서 장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심심하면 운동 삼아 마트를 다녀오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엄마와 마트에서 이것저것 생필품을 사는데 떡볶이를 해주고 싶다며 재료를 사러 가자고 말했다. 엄마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네가 떡볶이를 직접 한다고?”

“응, 재료부터 내가 다 살 거야.”

떡볶이에 필요한 재료들은 장 보러 가기 전에 치밀하게 이미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놓은 터였다. 엄마는 갸웃거리면서 잠자코 나를 따라왔다.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대파는 집에 있으니……. 먼저 어묵을 골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떡을 고르기 위해 냉동 떡을 파는 코너에 갔다. 그런데 내가 사려는 떡 바로 옆에 소스나 각종 재료가 들어 있고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완제품 떡볶이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마트의 마케팅 전략이란…….

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엄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완제품 사.”

나는 고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겠지만 맛이 보장되지 않는 떡볶이를 만들 것이냐, 나름 요리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도 있고 맛도 보장되는 완제품을 살 것이냐.


5초 고민하다가 완제품을 집어 들었다. 역시 맛있는 걸 먹어야겠지. 대신 엄마가 좋아하는 비엔나 소시지가 또 그 옆에 있길래 같이 집어 들었다.

“그럼 내가 완제품에 비엔나 소시지 넣어줄게.”

 완제품이지만 엄마에게 ‘해준다고’ 생각하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다.


 요리를 많이 안 해봤지만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면 재료를 고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 그릇을 비우는 순간까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재료가 뭔지. 그 사람의 식성이 어떤지. 그리고 먹을 때는 그 사람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그릇에 담을 때도 내 음식은 엉망으로 담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의 음식은 예쁜 그릇에 정성스레 담게 된다. 모양이 중요한 김밥 같은 것이라면 상대방한테는 동그랗게 잘 잘린 김밥을 주고 싶고 나는 옆구리 터진 못난이 김밥을 먹어도 괜찮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엄마는 결혼한 이후부터 계속 집에서 요리를 도맡아 왔으니 그때마다 당신보다는 가족들을 생각했겠지. 엄마는 주먹밥을 만들 때 단무지를 싫어하는 동생을 위해 잘게 자른다. 새콤한 것을 싫어하는 아빠를 위해 새콤한 반찬을 하는 날이면 얼큰한 것은 꼭 상에 올린다. 콩나물 국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생일날에는 미역국 대신 콩나물 국을 끓인다. 그렇다면 엄마 생각은 누가 해줘 왔던 걸까.      


내일만큼은 엄마를 위한 삶은 계란과 비엔나, 라면까지 넣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급 떡볶이를 예쁜 그릇에 담아 맛있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먹기만 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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