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일기 쓰기를 신청한 이유

<쓰고, 봄> 첫 번째 글쓰기 모임

by 다애



소심인이 소모임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씁니다.










“모임 전까지 글을 꼭 써서 보내주세요.”

“앗, 네에~ ^.^;”




하나, 둘 글이 도착하고 마지막 글을 받고 나서 편집한다. 최대한 글쓴이가 쓴 대로 복붙하여 조그마하게 제목 하나 넣고 인원수대로 출력하여 책처럼 접어놓아 두고. 조명은 붉게, 음악은 잔잔하게. 커피 탈 물을 끓여두고 캔디와 초콜릿을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세팅해두면 멤버 맞이할 준비는 끝.




첫 손님을 최대한 반갑게 맞이하고 차나 커피를 드실지 여쭤본 후 찬찬히 공간을 구경해보시라 권하고는. 쿵쾅대는 심장과 떨리는 마음은 물 끓이는 소리 속에 숨긴 채. 어떤 사람일까, 모임을 좋아하실까, 만족스럽게 나가실 수 있으실까.. 기대는 설렘으로, 다시 걱정으로 감정은 빠르게 모습을 바꾸며 나를 스쳐간다.




멤버들이 속속 들어오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필명으로 소개한 분도 계셨지만 본명으로 나타난 분도 있었다. 여러 별명을 떠올리다가 그냥 '내 이름'으로 만나고 싶다는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돌고 돌아 다시 모임장의 순서. 널뛰는 마음을 달래며 모임 소개와 지켜야 할 규칙, 운영방식을 소개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비밀 원칙, 함께 모여 읽은 글과 나눈 이야기는 이곳에 두고 나가기로. 모두를 위해서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에 모임마다 언급하곤 했었다.








감정일기를 왜 신청을 하셨을까. 가장 궁금했고 앞으로의 나머지 모임을 최대한 멤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자 여쭈었는데. 예상외로 간결하다. 호기심이 가장 컸다고. "감정일기를 쓰며 저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관심사부터 취향, 한계까지. 일상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나를 알아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요!" (<쓰고, 봄>의 모임 소개)




진짜 그랬다. 감정일기를 직접 쓰고 있었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기에 쓸 수 있었던 멘트다. 맹랑했다. 한껏 나의 글에 도취되어 자신감 뿜뿜 했던 시기로 내 감정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달까. 솔직한 모임을 위해서 꾸밈없는 글을 쓰고 공유하는 진솔한 만남을 원했기에 - 의식의 흐름을 내뱉는 글을 쓰던 당시 - 분노가 일어나고 사그라드는 일기를 첫 글로 선보였다. 일부러는 아니고 하필 모임 전 쓰고 싶은 글감이 '분노'였다.









1년 전의 글을 지금 읽어본다. 멤버들의 글을 읽으며 복기해보는데 그때의 세세한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 멤버들의 웃는 얼굴, 슬퍼하던 표정, 눈물 흘리던 멤버를 위해 휴지를 갖다 주던 멤버... 끝나고 문을 나서던 뒷모습. 추억으로 남아버린 감정일기 쓰기 모임을 어쩌면 좋나.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기를. 호기심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새로운 그림으로 나타나면 좀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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