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대청소

가구 이동만 수차례..

by 다애





3일 동안 주방 정리를 했다. 비워진 공간을 보는 내 마음에 공간이 생겼는지 숨통이 트인다. 어지러운 공간에서 잘도 살아왔다. 여태 탈 없이 잘 살아왔으면서 물건이 사라져 드러난 반질한 식탁 위를 보며 지난 시간을 쓰다듬었다. 좋은 공간에서 지내고 싶다. 그 공간에 살기 적합한 사람이 되고도 싶다. 첫 번째 꿈은 언젠가로 미루어야 하지만 두 번째는 해 볼만 하다. 당장에도 가능하다.





집을 옮기지는 못했어도 가구 이사는 여러 차례 했다. 옮기기 만만한 책꽂이 이동이 단연 많았다. 거실 중앙과 구석을 오가고 아이방을 건넜다 되돌아왔다. 지금은 다시 거실 구석에 자리 잡았고 위치를 옮기는 일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3년 동안 안방에 있던 티브이를 거실로 옮기기로 하면서 그럴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티브이와 짝으로 두었던 거실장을 거실로 미리 날랐고, 책상 하나로 분위기를 바꿔 보려다 마음 같지 되지 않아 아이방에 넣었던 테이블과 의자를 거실 티브이 맞은편으로 들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좌식 테이블을 낑낑대며 안방으로 들였다. 고가구라 거실장만큼 무거웠다.






몇 번째 옮기냐는 질문에 한참 고민해서 네 번 정도 같다고 답하고 책꽂이 위에 전시한 아이 그림을 들고 버리면 안 되냐는 물음에 진지하게 생각했다. 하나는 버려도 될 것 같아서 아이와 작년에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만든 작품에서 전구를 떼고 버렸다. 그만 좀 옮기고 제발 버려라를 순화해서 말한 남편은 말없이 베란다를 청소했다. 도저히 손댈 수 없던 베란다 한쪽이 말끔하다. 물 뿌리고 솔질하더니. 시원하다. 아니, 이렇게 잘할 줄 알면서.. 당연히 할 줄 알지. 여보 이걸 다 한 거야? 어떻게?? 대박!! 대단히 칭찬했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왔을까. 대답은 못해도 좋았을까.





티브이를 거실로 재설치한 뒤 결재금액을 본 설치기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비싸다는 말에 너그러이 결재한다. 인터넷 선 연결을 위해 연결한 상담원에게서 셋톱박스 재설치비용은 받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내심 마음을 놓는다. 데이터를 켜고 글을 써도 괜찮다. 수요일에야 아이가 게임을 하게 될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으련다. 좋은 걸 누리기에도 벅찬 공간이라..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