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의사가 되었나

by Dr 정하늘의 Mecovery

나는 1986년생이다.

나의 부모님은 1950년대 후반, 베이비붐 시대에 가난한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성실히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경제성장기의 이득을 보신 분들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끼고, 모아서 자식들 교육시켰다.

열심히 사신 부모님은 문구점 뒤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13평 아파트, 32평 아파트, 47평 아파트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아이가 세명이라 택시도 잡지 못하던 시절을 거쳐 자동차도 사게 되었고, 그랜저까지 타게 되었다.




아빠의 신념은 no pain, no gain.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했고,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 한마리 더 잡아먹는다고 했다.

오죽하면, 에버랜드에 갈 때에도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오픈런 입장 후 폐장 시간까지 놀았다.

놀이공원에 갈 때조차 가성비를 따졌으므로.

놀이공원에서 놀 때도 공부의 중요성을 얘기해주셨는데,

"공부 열심히 하면 이렇게 놀러오는 거고, 공부 안하면 여기서 일해야 되는거야."

라는 말은 어린 마음에 무섭게 들렸다.

엄마는 우리가 공부할 때에만 에어컨을 켜주셨고,

내가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있으면, 한글자라도 더 보라고 책을 화장실에 밀어넣어주셨다.

삼남매 중에서 가장 모범생 기질이었던 나에게, 부모님의 기대는 컸다.

나는 이 집의 기둥이고, 동생들의 본보기였으니까.




내가 의사가 된 이유는 부모님때문이었다.

첫번째, 삶이 지쳐보이던 부모님이 내 성적표를 볼 때 정말로 행복해보였으니까.

두번째, 의사가 되면 부모님처럼 팍팍하게 살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중간중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일까 생각도 했지만,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그때 하고싶은 일 하면 되는거 아냐?

하고싶은 일이 생겼는데, 공부 안한 것때문에 발목 잡히면 어떡해?

일단 학생의 본업,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나의 첫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다.

엄마는 선생님에 못마땅해하면서, 선생님 될 바에는 대학교수가 되라고 했다.

선생님 중에 가장 높은 거라고 하면서, 꿈은 커야 된다고.


고등학생 때, 문이과를 결정할 때가 되었다.

나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아빠는 기자는 밥벌어먹기 힘들다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 법조인이 되겠다고 했더니, 법조인은 사법시험을 합격해야 하고, 사법연수원에서도 10%만 판검사가 된다고 했다. 의대는 들어가면 90% 이상 의사가 되니까 의대를 가라고 했다. (다 똑같은 의사가 아니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고민을 했지만,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의미가 있는 직업이기도 하고,

전문직이니 아빠 말대로 공부해서 성공하는 가장 좋은 길인 듯 싶었다.

선생님이나 기자가 그렇게 꼭 되고 싶은 것도 아니기도 했고.

공부해서 성공하고 싶었으니까.

내 기준의 성공은,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물건을 가격표 안보고 실컷 사는것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들, 부모님의 기대 + 나의 강력한 동기와 노력의 결실으로,

나는 신경과 전문의가 되었다.

예상과 다른 점은, 백화점에서 쇼핑은 하지 않는다는 것, 아니 못하는 것인가.

성공한 것 같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점이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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