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다이어리에 시간별 계획을 짰다.
어떻게 생긴 자유시간인데, 허투루 쓰지 말아야지.
시간은 많아졌는데 불안했다. 내가 시간을 낭비할까봐 두려웠다.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하겠지.
그런데 막상, 집안일과 아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시간은 잘 지나갔다.
그럴수록 더 초조해졌다.
내가 집안일과 아이만 보려고 일을 그만둔게 아닌데?
내 인생에 언제 올지 모르는 휴직 시간을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써도 되는거야?
점점 친구를 만나기도 두려워졌다.
만나면 친구들은 휴직을 엄청 부러워했다.
쉬면서 뭐하냐는 질문을 꼭 하는데,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맨날 애 등하원 시키고 집안일 하면서 지낸다고 말하면 뭔가 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하던 중이었다.
네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이 1-2분 늘어났을 뿐인데, 짜증이 났다.
약속이 있었거나,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 자유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늦잠을 자도 기분이 안좋았다.
그냥 뭘 할게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엄청 아까워하는, 욕심 많은 구두쇠랄까.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도착 시간에 집착하고 있지?"
"왜 내 아이를 내 시간을 잡아먹는 존재로 생각하는걸까?"
"나는 대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아이랑 시간을 보낸다면서, 왜 아이와의 시간에 집중을 못하지?"
나는 불안했다. 뭐든지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투자 공부를 하던지, 새로운 기술을 배우던지, 최소한 문화생활이라도 즐기던지 말이다.
집안일을 정리하고, 아이를 돌보고, 요리를 하는 것들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그저 해야 하는 일일뿐, 중요한 것들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기껏 일을 그만뒀는데.
텅 빈 시간을 즐기지도 못하고, 아이를 돌보는 기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불안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바빠서 시간을 아껴쓰느라 그런 줄 알았다.
일을 쉬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첫번째 알아차림의 순간이었다.
불안 속에서 매 순간 효율과 생산성을 따지고 있는 나.
어쩌다 이런 내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