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나는 경기도 고양시의 명지병원 신경과 임상조교수로 근무중이었다.
1. 그 즈음 내 상태는 이랬다.
4살짜리 아들은 시어머니가 봐주고 계셨고, 남편과 나는 바빴다.
레지던트가 년차당 한명이었는데, 1,3년차가 없어 나는 당직을 가끔 서야 했다.
연세대 박사 학위를 위한 연구계획서를 쓰고 있었다.
2개월 전 임신 5주차에 계류유산 판정을 받았다.
2.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에 꽂혀있었다.
의사만 되면 부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금융문맹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 공부는 잘하잖아. 이것도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지!'
아침 출근할 때에는 삼프로 경제 방송을 듣고,
진료 중에는 틈을 내서 투자 관련 책을 읽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애를 재우고는 주식 강의도 들었다.
강의 듣고 책만 보면 나도 금방 경제적 자유를 이룰 것 같았다.
그렇게 살고 있던 어느날,
진료 접수창에 예약환자가 아닌 당일 접수한 환자가 떴다.
순간 짜증이 확 났다.
당황스러웠다.
환자를 보기 싫다고?
그러면 의사를 왜 하고 있냐.
이런 의사한테 진료 보는 환자는 무슨 죄야?
이건 나한테도, 환자한테도 못할 짓이네.
그럼 그만둬야 되는거 아닌가?
의사만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나는 분명하게 불행한 상태였다.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들은 엄마를 찾았고, 시어머니와 남편은 다툼이 잦았다.
아, 이 모든 문제들이 내가 일만 그만두면 다 해결되는 거네?
나는 다이어리에 1주, 1개월, 1년,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는 극J 형 인간이다.
그런 내가, 즉흥적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이상하게도, 결정한 뒤에는, 망설임이나 고민은 없었다.
너무 깔끔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직 의사를 밝힌 뒤 2022년 2월,
2011년 3월에 인턴으로 의사를 시작한 이후 10년만에 일을 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