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 Nov 17. 2023

잔소리와 조언의 경계

진짜 조언이란 어떤 것인가.

한 두달만에 만난 엄마와 한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가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는 우리 남편이 너무 자녀의 욕구를 다 들어주고 과잉보호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는 순간 그 말에 마음이 불편해졌고, "엄마는 꼭 좋은 점도 있는데, 나쁜 점에 집중해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좋게 보자면 다정한 아빠인 것 아니냐."고 비교적 평온한 말투로 맞받아쳤다. 

내 마음이 불편한 지점을 되짚어보니 "지적당함"에 대한 예민함과 "어렸을 적 칭찬받은 기억이 별로 없는 데에 대한 서러움" 때문에 필요 이상의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칭찬을 받지 못한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인정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지적당함에는 과민한 경향이 있다. 

이런 과도한 불편함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내가 해결하는 방법은 내가 싫은 타인의 모습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다. 나는 엄마를 비롯, 누군가에게 이런 지적질을 하지는 않았는가. 안했을 리가 없고, 그걸 받아들이면 엄마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이런 불편함을 주지 않을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를 지적하는 말은 종종 잔소리로 표현된다. 잔소리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 2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      

그렇다면 조언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

-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 또는 그 말.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과 깨우쳐 주어서 도움을 주는 말의 차이가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청자가 요청하여 듣는 조언은 제외한다.

화자는 자기가 하는 말을 잔소리(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는 않을 것 같고, 그 구분은 결국 청자에게 달렸다. 듣는 사람이 무언가를 깨닫고 도움을 받으면 조언, 듣기 싫으면 잔소리. 


그럼, 잔소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가? 내 경험에 의하면, 내가 잔소리할 때의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보니 아래와 같은 경우가 있었다.

1. 그냥 상대방의 모습이 내 마음에 안들어서.

2. 진짜 상대방을 위해서 어떤 가치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3.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 (자기뽕에 자기가 취한 느낌이랄까.)


결국 2번 외에는 쓸데없는 말이다. 2번마저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오로지 나에게 한정된 내용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2번마저도 쓸데없는 말이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앞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이 하고 싶을 때는 잔소리가 되지 않기 위한 수칙을 정해본다.

1. 잔소리가 하고 싶은 마음을 되돌아 본다. 

* 혹시 상대방의 모습이 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라면, 그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잠을 잘못잤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몸에 안좋은 음식을 먹었거나.. 따라서 나의 문제를 해결한다.

* 자기뽕에 취한 상태라면 혼자 일기를 쓴다.

2.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치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다면, 

* 상대가 나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컨디션인지를 확인하고

* 상대가 나의 진심을 느낄 정도의 친절함을 갖추고

* 주어는 '나'에 한정하여, 나의 생각과 느낌일 뿐을 강조해서

* 이런 가치도 한번 생각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제언의 느낌으로.


만약, 이런 수칙을 지킬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맞다. 그냥 잔소리가 될테니.

반대로, 이런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지적질에 대해서는 나도 불편해하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연애라는 거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