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by LOVEOFTEARS

바람 녀석이 제법 겨울 흉내를 내려고 안간힘을 쓰더니 기어코 그놈이 내게 ‘감기 선물’을 주었다. 아마 안간힘을 쓰느라 빨개진 자기 낯빛을 보고 비웃었다고 열 받았나 보다. 소심한 녀석이다. 난 그 녀석이 내민 복수의 칼날에 고스란히 당한 셈이다. 비록 무딘 칼이었지만 말이다. 분명히 점심때 까진 괜찮았다. 헌데 그 날 저녁부터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력은 흐트러져만 갔다. 난, 감기가 내 안으로 침투했음을 감지하고 약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 하려던 일을 전부 취소하고 몸을 사렸다. 내 손과 눈을 키보드와 눈에서 떨어뜨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을 먹고, 몸을 뉘어 잠을 청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꿨다. 내용은 아주 단순했다. 어느 어두운 공간에 내가 있었다. 마치 TV의 정규 프로그램이 다 끝나면 나오는 노이즈 스크린 같았다. 그러니 그 어떤 것이 내 앞이나 혹은 옆에 있어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곳에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것.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온통 검은 세상이라 명확히 알 순 없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람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이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어떻게든 손을 뻗어 잡으려 애쓰는 꿈속의 내 모습이 참 애처로워 보였다. 그 어떤 스크립트나 BGM 등은 깔리지 않은 채, 단조로운 꿈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정체를 알 수도 없는 그 사람을 그토록 절실하게 잡아내려 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또 그 사람은 누구인가?



짐작컨대 오랫동안 내 심장에 있던 그 사람인 것 같다. 사실 난 그녀를 제대로 사랑해 보지도 못했다. 아니, 내가 본인을 사랑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리고 제대로 느껴보지도, 어루만져보지도 못했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다던 사골국처럼 자주 표현했던 그 마음 때문에 바보 같이 행동했고, 또한 그 바보스러움을 핑계로 결국 내 안의 한(恨)을 만들었다.



무심한 듯 내뱉은 한 마디가… 그렇게 주어진 그 순간이, 내게는 그녀와 함께 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 순간을 이 세상 무엇보다 행복해할 거면서 기회를 허투루 보내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꿈에서라도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그리도 절실한 몸부림을 친 건 아니었을지. 나의 온 맘이 그 꿈속에 오롯이 투영되어서 말이다.



아 참. 잊었는데…, 노이즈 스크린과도 같은 어두운 공간에서도 그나마 그 사람이었을 거라고 짐작하는 이유는 아주 작게나마 비친 그 사람 존재 자체의 빛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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