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급브리핑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필리버스터

열두 번째 B급브리핑

by LOVEOFTEARS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그때.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이렇게 바랐던 적이 있었지요. 제발 이 가난을 벗어나 잘 살아보자.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일념으로 살았던….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생존을 걸고 가난과 싸웠던 지난 6-70년대를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 역시 가난이 무엇인지는 참으로 잘 알았고,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옥죄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을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살아가며 끼니를 채울 수 있었던 지난 시절. 그 시절 모두는 보이는 부(富)는 없을지라도 마음만은 넉넉했던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음식을 나누고, 형편이 어려워 옆집에 돈을 꾸러 가도 창피했던 그 순간은 잠시. 이내 돌아올 때는,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며 마음 한 구석이 되레 따뜻했던 날들. 그 풍요로움을 안고 사는 와중에도 언제나 발전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많은 이들의 노력 때문에 현세대를 사는 사람들은 풍요의 나라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2~30대의 취업률이 연일 최저를 달리고 있고 헬 조선이라는 조소가 꼬리표처럼 넘실대는 이 시기에 도대체 웬 뚱딴지냐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그 날들보다 풍족한 것은 맞지요.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단군 이래 가장 잘 산다는 우리나라가 신음 속에 있는 것인가?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젊은이들이 꿈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째서 비웃음거리가 되어야만 하는가? 그냥 넘어가기엔 생각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해서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에야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지도 모릅니다. 이건 제 개인적 추측이라기엔 이미 참 많은 과거의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습니다. 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끈 가수들의 노래가 다시 회자되면서 차트 역 올킬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고, 넉넉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브라운관에 담아낸 응답하라 시리즈는 모두의 가슴에 청량감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발전을 지독히도 갈망하는 인간에게 과거의 추억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했던 것은 아마도 지나치게 앞서가는 움직임의 조각을 줍는 그 일을 잠시 멈추고 쉬어가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손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왜 모두가 힘겨울까에 대한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답은 ‘필리버스터’에서 찾고 싶습니다. 테러방지법이라는 법률의 통과를 막아보기 위한 합법적 진행 방해 행위였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어렵던 시절, 들리던 이야기로는 집주인이 외출할 때 굳이 대문을 잠그지 않았다고 하지요. 그 이유는 다 아시듯이 훔칠 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 하나의 이유가 더 있다면 아마 서로를 향한 신뢰… 그 비중이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민생을 위해서 법은 만들어져야 하고 또한 그것은 시대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그 법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기에 이견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법의 통과를 위해선 합의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양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항상 소통이어야 할 테죠.



필리버스터의 교훈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던 현상 한 가지는 바로 소통의 불능이었고, 이것이 아마 우리 모두가 겪어야만 하는 어려운 대한민국의 이유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문득문득 과거의 어느 날들이 그리워지는지도 모르지요.



제가 자주 하는 생각 한 줄과 함께 글을 맺을까 합니다.



‘지난날이 지독한 그리움으로 남는 건, 그 시간이 인생의 잊지 못할 절대적 순간이기 때문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의 고난이 참으로 크기 때문에 갖게 되는 탈피 욕구에 의한 보정의 탓이다.’



네. 바라기는 지금의 이 현상이 저의 생각과 같은 이유에서 발생되는 것이라면, 빨리 사그라지고 모두가 더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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