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 별건가?

한 토막 픽션 -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가상의 일을 통해 마음을 전하다

by LOVEOFTEARS
사랑이 뭐 별건가?”



“첫눈에 반하든, 오랜 시일이 걸리든 만나다 보면 정이 들고 상대를 자꾸 떠올리게 하고 그러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보고픔에 못 견디다가 눈물까지 흘리게 되는 거지. 사랑은 이런 화학작용에 불과해.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너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냐.’고 달려가서 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되잖아. 이게 단순한 사랑의 결과야. 따지고 보면 정말 별 거 아냐. 유치하기 짝이 없지.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해. 난 정말 하고 싶지 않아. 난 바보가 아니니까.”





movie_image1.jpg 노트북의 앨리와 노아. © 2004 New Line Cinem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런데 말이야. 실은 나도 기어코 사랑을 하게 됐어. 그래. 바보 같다고 해도 좋아. 사랑은 원래 바보 같은 거니까….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 게다가 이전에 했던 단순하다는 생각들도 똑같고. 그래. 사랑은 말이야. 특별한 게 없어. 쥐뿔 요만큼도. 근데, 이성으로는 알겠는데 가슴이 말을 안 듣더라고. 화학작용의 실험대상이 되기 싫어 이리저리 발버둥 쳐봤거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용없는 짓거리임을 알겠더라고. 한 번 사랑의 덫에 걸리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 그래서 그냥 조용히 침묵으로 순응하기로 했어. 그랬더니 맘이 편해지더라고….”



“근데 너 그거 알아? 그 화학작용이라는 거 쉽게 볼 게 아니더만. 매일 그 사람만 생각나고 그 사람 목소리만 들리는 거 같아. 분명히 내 옆에 없는데 말이지. 가끔은 내 귀를 의심하기도 한다니까. 그 뿐이 아니야. 모든 인생의 기준이 내가 아닌 그 사람이 되는 거야. 진짜 놀랄 노 자 아니냐? 나 같이 이기주의자가 이렇게 변하다니 말도 안 되는 얘기지 진짜. 하하, 내 생전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



“진짜야, 넌 속고만 살았냐? 하여간에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하…… 됐다. 됐어. 그건 그렇고 나 말이야. 이왕지사 쪽팔린 김에 좀만 더 쪽팔리자. 나 사실 말이야. 화학작용 어쩌고 한 거 다 취소하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너한테 진지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연막 친 거였고… 나 이번엔 진짜 같아. 늘 하던 말 아니고 진짜라고. 인마. 아……. 진짜 부끄럽게….”




movie_image3.jpg 워크 투 리멤버의 랜던과 제이미. © 2002 - Warner Brothers - All rights reserved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냥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워.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행운 같아. 왜 이제야 만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여기 저기서 찾지 말고 딱 걔한테 타깃을 맞췄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흐흐. 이제라도 만났으니 하나님께 감사하지. 뭐. 요즘은 행복하다. 진짜.”



“어? 아. 걔한테 말했냐고? 노노. 아직 아직. 왜 너도 알잖냐? 내 상황 고로한 거.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면 그때 멋지게 프러포즈 하려고.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네가 생각해 봐. 지금은 좀 무리잖아. 안 그래? 그래~! 짜식, 이제야 좀 이해가 가냐?! 으이구…… 떵떵거리며 살게는 못해도 매일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거 깨닫게는 해줘야 하잖아. 그러려면 열심히 해야지. 인마. 형 응원 좀 팍팍해줘라. 알았지?”



“아.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네 얘기 좀 해 봐. 오래간만에 네 얘기 좀 듣자. 입도 아파서 말이야. 자~ 자~ 차근차근 읊어 봐. 이 형한테 말이야. 어? 뭐라고? 화학 뭐? 화학작용? 어. 근데 그게 왜? 야야. 설마 너도? 올~! 청출어람이라더니 제법이네. 뭐야, 뭐야. 말을 해봐. 궁금하네…….”



어. 근데?! 어…… 아~ 그래? 그 사람 몇 살인데? 뭐야 나보단 어리네?! 어…… 근데?! 뭐? 어? 잠깐만, 뭐? 뭐? 야! 좀 크게 얘기해 사람 들리게…… 아. 여기 왜 이리 시끄러워. 암튼. 근데? 왜?”
movie_image2.jpg 병 속에 담긴 편지의 개럿과 테레사. © 1999 - Warner Brothers 출처 = 네이버 영화


어? ㄱ… ㄱ… 결… 결혼? 언제, 언제? 곧 한다고? ㅇ… 야……! 잘 됐네. 야, 무슨 소리야. 섭섭하긴 무슨. 우리가 한두 해 안 사이야? 먼저 갈 사람은 빨리빨리 가야지.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축하한다. 야! 이런 날도 다 오네. 하하하.”



“어? 잠깐만? 전화 온다.”



“어. 엄마. 바람 쐬러 나왔지? 왜요? 어……. 알았어요. 갈게…….”



“야, 너 오늘은 혼자 가야겠다. 엄마가 안 시키던 심부름을 시켜서 말이야. 미안… 다음에 얘기하자. 잘 들어가…….”




(인마. 말 꺼내는 게 힘들었냐? 축하한다. 분명 나보다 좋은 사람이겠지? 내가 사랑한다는 사람, 바로 너였는데 내가 한 발 늦었네. 난 말이다. 겉으론 평범해 보일지는 몰라도 너한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을 주고 싶었어. 아까도 너한테 돌려서 말했는데 너에 대한 내 맘 진짜거든. 특별하고 강렬한 것보다 특별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기억되는 사랑을 주고 싶었는데…… 뭐. 이제 다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나, 너 만나서 후회 없었다. 그 사람이랑 행복해라. Goodbye, My Angel…….)



본문 전체는 픽션입니다.



- 지금 사랑하는 자 무죄. 지금 이별한 자도 무죄….



커버 이미지는 “gratisograph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본문에 쓰인 이미지는 각각 영화 <노트북>, 영화 <워크 투 리멤버>, 영화 <병 속에 담긴 편지>의 스틸 컷이며 ‘네이버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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