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B급브리핑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모순(矛盾)이란 말의 유래. 여러분들도 다 아시죠?
전국시대 초(楚) 나라의 무기 상인은 자신이 가진 창과 방패를 내보이며 “이 창과 방패는 예리하고 또 견고해서 그 어느 것으로도 막을 수도 없고, 뚫을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상인 입장에서는 팔아야겠기에,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으니 그 절박함이야 이해되고도 남습니다만, 모두가 다 그 상인 입장은 될 수는 없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의문을 갖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해서 행인 한 명이 이렇게 묻습니다.
“그 예리하기 짝이 없는 창으로 그 견고하기 짝이 없는 방패를 찌르면 도대체 어찌 되는 거요?”
행인은 상인에게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일침을 가합니다. 그러자 상인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도망쳐 버린다는 이야기…
그렇습니다. 창과 방패… 이것들은 각각 쓰임에 따라 예리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졌긴 하겠지만 그 어느 것으로도 뚫지 못하고 막지 못하는 일은 없겠지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일 때 우리는 흔히 모순이란 말을 하곤 합니다.
세상에는 믿고 싶지 않은 모순된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열정이 가득해야 할 젊은이들이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또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이 많아져 그들을 가리켜 혼밥족이라 부르는. 정작 그들은 혼자 밥 먹는 게 어떠냐고 당당히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엔 수많은 고민의 자국들이 흥건할 테니 마냥 사회현상이라 치부하기에는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철저히 애정으로 가득한 관계입니다. 그 관계 속에서 때로는 실수도 있지만 결국엔 그 관계가 주는 끈끈함 때문에 별 것 아닌 것이 되고 마는…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미안할 필요도 사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자녀의 입장에선 그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이 한없이 고맙지만, 수퍼 맘과 수퍼 대드에게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한숨소리를 들으면… 내가 싫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없이 혹독하게만 들립니다.
이 말 밖에는 해 드릴 수가 없는. 그리고 이 말 조차 빈말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이런 말을 들으면 수십수백 배 아파하리란 걸 알면서도 이게 최선인…
모순. 어쩌면 예리하고 견고해서 뚫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던 무기상인의 그 허황된 말이 부모 자식 간에도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에게 미안해야 할 생명들이 태어나고 있고, 또 한 편에선 자신의 존재를 미안해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