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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12. 2016

나의 참모습 지켜보기

있는 그대로


네오와 에이전트 스미스의 대결.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매트릭스>는 키아누 리브스의 역작이라 할 만큼 많은 인기를 끌어모았습니다. 그가 맡은 역할인 주인공 ‘네오’는 가상세계 매트릭스를 구원할 절대자 ‘그’이고 네오에 맞서 대항하는 에이전트 스미스는 네오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자임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진화하기 위해 애씁니다. 스미스의 행동이 한편으로 측은해 보이는 것은 수천수만의 복제된 자신을 대동해 네오를 이기려는 모습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는 어차피 프로그램된 공간이긴 하나 결국 그 안에서 선한 질서를 잡지 않으면, 악의 왕인 스미스에게 곧 세상 전부를 줄 수밖에 없기에 네오와 스미스는 그야말로 최후의 전투를 치릅니다. 그 전투의 결과는 아시는 것처럼 네오의 승리로 끝이 나고, 결과적으로 그릇된 방향으로 인한 스미스의 플랜은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직까지 우리의 삶엔 매트릭스만큼 리얼하거나 위협적인… 현실의 삶까지 영향을 줄만큼의 가상공간은 없지만 그와 견줄 영향력을 가진 공간은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 더 자세히 말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입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전설적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최고의 자리에 올린 명장 알렉스 퍼거슨은 트위터를 가리켜 ‘인생의 낭비’라고 하면서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과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이제 더 이상 낭비가 아닌 삶에 한축이 되었고 시대에 흐름을 반영하는 창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라이크 아이콘 이미지. 출처 = 위키디피아 커먼즈



제 경우에는 페이스북을 즐겨 쓰는데, 오랜 시간 제 지인이었지만 얼굴은 알되 장애에 가려져 제 진심을 알지 못했던 분들께서 포스팅을 보고 하나 둘 얼었던 마음을 풀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기게 되었으니 이것이야 말로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의 활용은 이제 더 이상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시대 흐름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거의 모든 순간들을 기록과 사진을 통해 남깁니다. 때로는 소소하게, 때로는 자랑스럽거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보존하기 위하여.



이 과정이 심화되어 경쟁이 되고, 그 경쟁심이 지나쳐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 돼버리는 부작용 또한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기에 그런 행동을 지적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삶 속 사라져 버린 진심과 진실입니다.



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글 또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모두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새 가려진 긍정의 단면만을 노출시키는 건 아닐지.



자신의 얼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잡티를 제거하는 정도야 그러려니 넘길 수 있겠지만 출장길과 유학생활이 힘듦에도 좋은 풍경과 함께 미소를 보이는 것이 과연 ‘반드시’ 옳은 것인가?



뭐, 요즘의 삶이 워낙 팍팍해서 약간의 가공은 필요하다지만 그 속에 감춰진 사람들의 힘겨움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진실과 진심을 오픈하고 나누는 것이 낯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의 나눔 대신 가짜의 마음과 모습을 내놓는 것이 한 가닥의 미덕이 되었죠.



노파심에 걱정 한 자락 내놓으면, 지금의 이 순간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몇 년 후에 마치 수천수만의 복제된 에이전트 스미스가 누가 질세라 진짜 행세를 한 것처럼, 서로 다른 표정과 마음을 가진 자신의 꾸며진 모습을 보고도 이게 다 진짜 내 모습이라고 우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가 걱정입니다. 물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나의 참모습을 차분히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본문 이미지는 영화 <매트릭스 3 - 레볼루션, 2003年 作>의 스틸 컷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위키피디아 커먼즈”에서 인용하였으며 “구글 검색 필터링 상에서 수정 후 재사용 가능으로 검색된 결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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