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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22. 2016

너로 충분하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은 오래되어도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고장 난 가구는 힘찬 망치질과 톱질로 재사용이 가능하고요. 지저분해진 천은 빨아서 쓰면 됩니다. 바늘이 멈춘 시계는 건전지를 갈아주면 되고, 그 외에 부서지거나 찢긴 기타 등등의 것들은 어떤 수를 쓰든 고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만일 고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같은 걸로 구입하면 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어떤 것은 되레 오래된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묵은지와 묵은장 같은 거 말입니다. 심지어 자랑을 늘어놓지요. 사실 썩힌 건데도 불구하고… 아. 와인과 나무 또한 이 범주에 들어가네요.



그런데 세상에 수많은 것들 중에 묵혀서 사용하거나 재사용이 가능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사람이 지니고 있는 것들’입니다. 



역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의 신체를 대신하기 위해 나온 의족과 의수, 임플란트와 로봇 장기들까지… 대체는 가능하지만 원래의 것보다는 턱없이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숙명적으로 이것들과 함께해야 할 시기가 오면, 가지고 있던 원래의 것만으로 충분했던 젊음의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글대는 얼굴과 아이백, 그리고 여러 곳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검버섯까지. 이 모두를 감내해야 합니다. 특별히 요사이 부르짖는 안티-에이징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무력은 막아내기 벅찹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괜스레 서글퍼집니다. 영원까진 아니더라도 좀 더 오래 활기 있게 살 수는 없는 건가 하고 말이죠.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세상을 다스리라 하셔 놓고, 왜 이 같은 축복을 허락지 않으셨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처연해질 대로 처연해진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보니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생명이 없는 것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이유는, 특색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어 좋지만 결국엔 그 역시 같을 뿐이라는 것. 



반면에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마다가 가진 특색이 있습니다. 외모뿐 아니라 성격, 말투, 하다못해 치열의 고름과 비뚤음까지. 결국 모든 것이 다 개인을 구성하는 개성인 것입니다. 



그런 인간에게 하나님께서는,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흔해져 버리는 상황을 허락하기 싫으셨던 것은 아닐까요? 



보통은 노쇠해진 인간의 죽음이 초라하다고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 늙음의 흔적조차 인생의 발자취가 묻은 것이기에 그 또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소중하고 귀합니다.  



저는 정말 무지해서 자주 잊고 삽니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ourtesy of Pixabay




“너로 충분하다.”

“네가 제일 아름답다.”



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전부 광활한 빛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타인이 알아챌 수 없는 이유는 그 빛이 미치도록 밝기 때문에 차마 눈을 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커버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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