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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23. 2016

한 여름의 선풍기

청춘을 위한 미온수

하지가 지나고 이젠 곧 밤이 낮을 잠식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모든 이들이 잠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시간에 나는 땀으로 멱을 감았고, 그 열기와 습함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를 틀었다. 샤워는 아까 했으니 아껴두자. 



그렇게 생각하고 2~30분 여가 지나갔을까? 내 산만한 등허리를 모조리 훔쳤던 땀줄기는 어느새 말라 버렸다. 물론 모두가 아는 것처럼 특유의 꿉꿉함은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를 위한 미온수는 내일도 콸콸 나올 테니까. 




헌데 이제는 되레 내 안에 한기가 치민다. 참내~~ 무슨 흩날리는 갈대도 아니고…



그런데 웃기게도 머릿속에 이런 생각 한 줌이 스친다.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수 있듯. 인간의 삶이란 것이 이런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열정이란 단어의 의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열심을 다해서 했고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는데 돌아보면 이룬 건 없다. 화가 난다. 아프다. 스팀 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셀 수 없는 그 시간, 내가 가진 모든 정열을 쏟았더니, 이런…… 이젠 춥다. 뭐라도 챙겨 입어야 할 것 같다. 



그게 열정이 주는 트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당신 할 것 없이 이 미련한 열정에 아직도 손뼉 치는 이유는 비록 미련함이라 할지라도 말할 수 없이 찬란하기 때문이다. 



청춘은 추워선 안 된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더욱 안 된다. 



그 대신 덥지도 춥지도 않게 미지근한 미온수가 있어야 한다. 더울 땐 땀을 식히고, 추울 땐 혹여 감기 걸리지 않도록…



그 역할은 어른과 선배, 그리고 세상이 해야 할 것이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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