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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l 29. 2016

여우에게 말하려 했던 이야기

진즉에 해야 했던



여우야 



인간의 삶이 왜 힘든지 아니? 그건 말이야. 사람에게 더 큰 에너지를 선물하기 위한 신의 섭리란다. 아기로 머무르지 않고 성장을 거치면서 살을 찌우고 뼈가 단단해지면서 더 튼튼해지게 마련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신께서 인생에게 비바람을 선물하시는 거지. 선물이기 때문에 늘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견딜만한 힘을 허락하시는 거야 



그걸 알면서 왜 그리도 힘겨워하냐고? 아픔은 아는 게 중요하지 않아. 설령 겪어봤던 일이라고 해도 말이야. 아픔은 늘 과거보다 현재가 더 아프고, 도리어 미래는 아프지 않을 거 같다고 상상한단다. 그건 바보 같은 일이야. 왜냐하면 필연적으로 미래가 훨씬 더 아프거든. 과거보다 월등히 단련됐으니, 단련된 만큼 더 큰 시험을 치르는 건 당연한 거니까. 



이게 온 세상 사람들이 아픔을 겪는 이유일 거야. 



그런데 여우야.



다만 어떻게 견디느냐가 어떤 종류의 아픔을 겪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 잘 견뎌내야 회복을 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말이야. 물론 회복이 무척이나 더딘 질병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존귀하고 버릴 게 없으니까. 





아까 전에 가만히 보니까 여우 너는 꽃을 참 아프게 하는 것 같았어. 왜 그랬니? 음… 꽃이 입을 다물었다고 해서 소용이 없어진 건 아냐. 속단했구나. 네가 그 꽃에게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그 꽃은 필시 내일 아침에 입을 벌리며 미소 가득 너와 날 환영해줬을 텐데 말이야. 





내가 아는 한 그 꽃은 햇살 하고, 바람하고 물 하고 친해서 걔네랑 만나게 되면 힘이 나서 놀다가 시간이 흘러 헤어지면 꽃도 피곤해서 자러 들어간다고 들었어. 그러니 꽃은 잠이 드나 깨어 있으나 아름다운 게 사실이지. 다시는 그러면 안 돼.



그거 아니? 세상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란다. 그래서 네가 아프게 한 꽃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사람의 생활을 이야기했던 거야. 사람은 정말 아름다워서 그 어떤 힘겨움이라도 그마저 아름답다. 형언할 수가 없어서 사람에게 세상을 다스리라고 신께서 명령하시기까지 한 거야. 





언젠가 여우 네가 사람이 사는 마을에 무단으로 가서 훼방하려고 했던 모습을 봤는데 사람의 아름다움이 크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을 탐내면 안 돼. 너는 네 집이 있잖아. 그저 네가 사는 그곳에서 살면 돼. 



특히 아까 말한 회복이 더딘 사람은 그 빛이 정말로 영롱해서 다가가 빼앗으려고 하면 오히려 네가 다칠 거야. 그들은 그들의 몫이 있어. 하물며 아픔까지도. 그 아픔을 덜어준다고 가까이 접근하면 큰일이 생길지도 몰라. 






‘멀리 있는 여우에게 진즉 해줬어야 할 말들… 그러나 너무 늦어버린…’



그 어느 빛보다 환했을 19명의 영혼을 생각하며…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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