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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ug 16. 2016

화장 안 하는 여자… 변장하는 남자

멀티플레이어 장애인?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필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편견. 



그것은 다름 아닌 ‘여자의 화장’이었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 가며 늦게까지 정신없는 전쟁을 치르다가 다음 날 화장을 안 하고(혹은 미처 못 하고) 쌩얼로 활동하면 ‘얼굴이 창백해 보인다’ ‘예의가 없다’ 혹은 ‘여자라면 응당 화장을 해야 한다’면서 도를 넘는 충고의 파도가 넘실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분들께서는 이전보다야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은 화장이란 것이 필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미적 기준이라야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고, 그러한 선택과 취향을 존중한다면 누구라도 관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화장의 요구가 정당화된다면 두 말할 것 없이 잘못된 것이니 그릇된 풍토에 구태여 억압받을 필요도 없겠죠. 



다만 이와 별개로 화장을 강요당하는 사회가 가져다주는 진짜 위험은 개인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 그리고 그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아닌지요. 



그렇다면 남자는 어떻습니까? 남자는 언제나 파워풀하고 강인하며 야성미가 넘쳐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평생에 3번밖에 울지 않는 차가운 이성과 곁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뜨거운 본능이 주어져야 한다는… 그러려면 태평양 같은 가슴을 바탕으로 한 넓은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대충 이렇습니다. 남자들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 정해진 규범 아래 생존하기 위해서 ‘그런 척’ 변장을 해야 했습니다.



뭐 요즘이야 남녀 할 것 없이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꺼내면 언제 적 이야기냐면서 도리어 야유를 퍼부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화장이든 변장이든 어쩌면 두 가지 모두이든… 바뀔 생각이 전혀 없는 시선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을 향한 시선입니다. 






세상은 세대를 걸쳐 각자의 성(性) 역할을 분배하지 않으려는 이데올로기적 논쟁이 끊임없는데 장애인에 대한 고루한 시선은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히 약자라는 프레임에 가둔다고 해서 안타까운 것은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약자인 것이 맞으니까요. 하지만 약자이기 때문에 원치 않는 외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옳게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성한 몸으로도 살기 힘든 세상. 외면받지 않기 위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장을 하거나 변장을 하고 또 그보다 더 한 일을 해야 하는 장애인의 현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평화를 수호키 위해 소멸의 위험도 불사하고, 적과 맞서야만 했던 터미네이터 T-800이 가진 동일한 형태의 의연함만을 장애인에게 요구하는 이곳에서 이 문제를 논하는 제 자신이 역설적이게도 한없이 순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더운 여름날의 오후입니다. 



보통의 존재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고민들까지 얹어놓고 지내기엔 더워도 너무 더운 날씨지요.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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