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난 단지 널 그리려고 했던 것뿐이야
옆에 스케치북이 있어서
때마침 네가 앞에 있어서
그것뿐이었어
다만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내 손은 스케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지
재앙 수준이었거든
그래서 내 머릿속에
널 담기 시작했어
역시나 아무 제약이 없었지
그러다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물론 그 바람대로
쉽사리 네 소릴 들을 순 없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갈망하게 됐어
그렇게 시작된 거야
사랑이라는 거
점점 더 시간이 흐르면
바라는 건 많아지고 목말라지는
이기적 모순
그 모순에 휩싸여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된 순간
너무 늦게 깨달았어
돌이킬 수 없이
많은 부분 너로 둘러져 있다는 걸
이젠, 이 숨바꼭질이 힘겨워
이런 덧없는
게임을 그만해야 해
어쩌면 난 그럴 수가 없을지도 몰라
너의 모든 흔적과 기억을
지우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난 이미 그때
스케치북 속에서
내 머릿속으로 옮겨 담을 즈음부터
널 새겨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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