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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Feb 23. 2017

12번의 청승



정확히 12년 전 오늘, 꼭 시간도 이때와 같다.



절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엄마와 그의 어머니 간의 통화가 있었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우리 엄마는 침묵하셨다. 그 몇 초의 침묵은 참 길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는 긴 한숨과, 외마디뿐



“어떡해….” 



나를 키우시는 과정이 정말 힘드셨던 엄마는 어지간한 일엔 감정의 동요가 없으시다. 냉소적이거나 무덤덤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인생의 산을 오르시는 중에 많은 일을 겪으셨기에 불필요한 감정의 소비를 하지 않게 됐달까? 



암튼 그런 엄마의 음성에서 난 직감적으로 촉촉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좋지 않은 일임을 짐작했지만, 재빠르게 엄마 곁으로 다가가서 정확한 이야길 듣고 싶었다. 그런데 엄만 나의 접근을 만류하셨다. 



또다시 얼마 후, 통화는 끝나고.



엄마는 슬픈 눈빛으로 내게 이야기해주셨다. 친구가 천국행 열차를 타고 떠났다고 말이다. 정말 미친 듯이 울었다. 엄마도 내 눈물이 멎을 때까지 함께 울어 주셨다. 참 감사했다. 



그랬다. 그때는 그 녀석만한 친구가 없었고,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보다 더 좋은 혹은 그와 견줄 벗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런가 생각하면 부정은 못하겠지만 현재는 그 못지않은 벗들이 몇 있다. 그런 면에서 주님께 감사하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심장에 각인된 추억을 버리지 못하는 연약한 영혼을 위하여 다른 친구를 보내주셨으니… 



한 영혼이 천국으로 향하면 세상일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믿지만 순수함을 조금만 담아 생각해 보면 그 친구라면, 그래 그라면 하나님께 졸랐을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 녀석 위해서 친구 좀 많이 보내주세요.”하고 말이다.



이제 그에 관한 이야길 덤덤히 할 수 있는 오늘까지도 12년 전 그 풍경을 떠올리는 이유는, 핑곗김에 그를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을 거 같아서 청승 떨어봤다.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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