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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29. 2017

동물들과 영웅들의 혈투, 하나의 밀알

서른세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은 해봤음직한 상상입니다. 그 둘의 기개는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아서 막상 맞닥뜨리면 생사의 끝을 봐야 끝날 것만 같습니다. 사실 사자와 호랑이의 활동무대는 달라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고 하고, 설사 그 둘이 만난다고 해도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매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하니 스포츠 경기처럼 똑같은 조건을 따르지 않는다면 쉽게 속단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승부





배트맨 vs 수퍼맨



이 둘의 강함이야 둘째 가라면 서럽습니다. 해서 동심 어린 팬들은 저마다의 호불호를 따지고, 유불리를 점쳐가며 둘의 승부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기대를 세상도 들었던 것일까? 현실엔 없지만 불멸의 존재가 된 두 영웅의 싸움이 스크린으로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모두가 그리도 궁금해했던 그 상황과 결과를 알려줬습니다. 인간과 초인적 힘을 지닌 자의 혈투는 예상보다 훨씬 치열했고, 기대에 목말랐던 만큼 액션을 보여줘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영화의 타이틀로 내 건 두 영웅 간의 활약과 전투보다 또 다른 인물에 주목했던 것만 같습니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원더우먼.





영화의 끝자락, 이젠 모든 걸 수습해야 할 것 같은 시기에 배트맨과 수퍼맨보다도 악에 맞서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던… 그 기개와 강단은 마치 호랑이와 사자가 서로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한껏 포효하는 그것과 꼭 일치해 보였습니다. 



해서 나중에는 이 영화가 과연 <배트맨 대 수퍼맨>인가 아니면 <원더우먼의 독무대>인가 하는 착각까지 일으켰으니 비단 저만의 망상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이 따로 있는 이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력과 열심으로 조롱과 무시를 감내하며 돌아오는 상황을 그저 미소 한 줌에 날려버리는, 요즘 말로 찌질한 삶을 살아도 내 십자가려니 하고 인내하는 이들이야 말로 배트맨과 수퍼맨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돈과 배경이란 날개도 없고, 또 어떤 이들에겐 피지컬과 멘털마저도 잃어버리게 되는 가혹함. 



물론 세상 속에 존재하는 원더우먼과 어부지리의 렉스 루터 역시 그 나름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을 것이기에 폄하해선 안 되겠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원더우먼과 배트맨 그리고 수퍼맨의 차이는 어렵긴 하지만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 



일상을 살면서 배트맨 혹은 수퍼맨처럼 진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됐어도 원더우먼 같은 신흥강자가 존중받는 세상. 그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인정하기 싫지만 생각해 보면, 무늬만 주인공이든 진짜 주인공이든 주인공의 그림자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세상이란 밭에 뿌려져 썩어지는 밀알의 역할로서 생을 끝내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희생은 감당할 수 있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서없이 말을 했지만 주인공이든 들러리든 아니면 혹여 밀알의 운명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람의 소임은 아닐까 생각해 본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스틸 컷 포스터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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