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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ug 21. 2017

평등에 대한 관용

따지고 보면 입술도 두 개나 있다



요즘처럼 평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인적도 없는 것 같다. 개인과 개인의 논의가 단체와 단체 간의 논의로 이어지고, 그것을 뛰어넘어 사회적 공론화가 되고 있으니,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것 같아 기쁘다. 



나 또한 장애라는 굴레 속에 사는 사람으로서 평등을 외치는 위치에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지난 세월 억눌려 있던 억울함들을 세상과 사회 앞에 오픈하고, 지금과 같이 향후에도 의견 개진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렇게 활발해진 소통 속에서 혹여, 나와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도 있을 텐데 조금만 릴렉스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앞서 말했듯 나 또한 매일 평등을 외치는 사람이다. 대다수가 찾지 않는 음지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도 모자라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지 않는 흐릿한 잉크로 무언가를 끼적이는, 그런 자가 생각하는 평등의 참모습은 단 번에는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본질을 잃지 않는 것.



여기서 말하는 본질이란 말 그대로 인간의 본질. 그러니까 시대의 흐름과 방향에 따라 정해진 빈익빈 부익부 같은 가시적 귀천 말고 모든 인간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둘째는 선입견 없이 함께하는 것.



그 사람의 성별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장애의 유무를 따지거나 질병의 유무 혹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할 수 있다면 평등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평등은 저 멀리에 있고, 오히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태반이다. 더 나아간다면 이런 생각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의견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요즘은 역설적으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 같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민감한 사안을 수면 위로 올리는 작업은 활발한 데 비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사안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면, 그 의견을 개진한 이에게 집중포화가 쏟아진다. 



동성애, 안보 대책 논의, 성 평등 문제, 또 장애인 및 노인 복지 해결책 등. 진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질 때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없게 된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건데 배척해 버린다. 물론 그 소신 때문에 서로 간의 다툼도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귀를 닫고 비난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찬반 어느 쪽이든 나름의 이유는 다 존재한다. 



본인만 해도 장애 등급제 폐지는 동의하지만 장기적 대책 없이 즉각 폐지하는 것은 우려하는 바가 큰데, 같은 장애인 동료끼리도 신랄한 비판을 듣기 때문이다. 



골자는 등급을 매겨서 일괄적으로 처우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서 해야 한다는 것인데 공감함과는 별개로 급수가 높은 최중증장애인의 복지 혜택 수준이 오히려 저하될까 하는 우려가 크다. 재원이나 올바른 폐지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없이는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



문제는 이런 류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면 넌 이대로 좋으냐며 반문하는 경우가 적잖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에 반론의 반론을 제기해도 늦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마음 가짐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이의 말은 적당히 필터링하는 것도……



누군가는 그랬다.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서로 다른 양쪽 의견을 잘 들으라는 취지에서 신이 만드셨다고. 



여기에 난 하나 더하고 싶다. 따지고 보면 입술도 두 개나 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 



말을 하려면 포개진 두 입술을 떼어내야 한다. 떼어내는 찰나는 순간이지만, 그 찰나에라도 생각하고 이야기해서 많은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라는 창조주의 배려는 아니었을까? 



아. 물론 이 이야기는 단지 내가 내게 하는 충고임을 잊지 말아주시길….



커버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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