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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11. 2017

변화의 염원 그리고 나이테

그때에도 이번과 같은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변화의 염원이 깃든 대선 투표. 



저 역시 빠질 수는 없었습니다. 허나 거저 투표소로 가지지는 않겠지요. 때문에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달콤해서 바꾸지 않는다는 아침잠을 포기한 채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짐작하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휠체어에서 생활합니다. 



물론 휠체어에서도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바닥에서의 움직임에 비하면 날아다니는 격이죠. 



일어나자마자 졸음이 덜 깬 몸으로 화장실까지 당도하는 것은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가락의 살이 벗겨져서 쓰라렸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 투표는 제게 있어 정말 큰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소중한 정성들이 모여 외출 준비를 마치고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투표소로 향할 때에는 저의 힐링 메이트이자 동생인 미스터 T가 어김없이 동행해줬습니다. 참!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다면 먼저 이곳을 누르셔서 글을 보고 오시면 됩니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는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했습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유권자가 들어오니 참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더군요. 마치 보물이라도 보신 듯이요! 



네. 뭐. 제가 값 좀 나가긴 합니다마는…



투표 부스 안은 조금 좁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비밀투표는 보장됐는데요. 다만 용지의 폭이 좁아서 나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의 투표는 잘 끝났습니다. 지난 글 <정알못의 일주일>에서도 밝혔듯이 능동적 참여형 인간이 되었기 때문에 뿌듯함을 가지고 돌아와서 쉬다가 개표방송을 보며 19대 대선일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생각보다는 일찍 결론이 났는데 자정이 지났을 때쯤일까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 대선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매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분명한 것은 심정적으로는 늘 선거에 임해야 하는데 여건이 문제지요. 



오늘 글에서는 앞서 저의 투표 과정을 굉장히 간단하게 적었습니다만, 실은 선거뿐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면 본인의 의지를 공표해야 하며 그 말을 들은 이들의 맘과 몸이 동하고 또 시간이 따라줘야만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연 그때에도 이번과 같은 열정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흩어질 텐데



사람은 순리대로 매년, 아니 매일 늙어갑니다. 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 씨의 노래 <서른 즈음에>의 가사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지요.



투표 결과 하나 보고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고마운 손길, 그 익숙함과 감사의 조각이 사라질 때쯤에도 나는 내 권리를 찾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투표가 끝난 지 이틀 뒤인 오늘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시대는 열렸고 더불어 기대의 막 또한 열렸습니다. 아마도 쉬지 않고 가기만 하는 시계는 다음 선택의 순간도 오게 할 것이고, 또한 제 나이테 앞자리에 새로운 숫자를 선물하겠지요. 



부디, 그때가 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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