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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Oct 29. 2017

두 번의 생일… 새 신발과 잉어빵

새 신발을 사준 이의 정성과 캔커피와 잉어빵의 달콤함을 잊지 않아야지

Courtesy of Pixabay



내일모레 서른여섯.



아직은 초록의 색을 띠는 잎사귀를 보며 안도를 하다가도 함께 어우러진 강렬한 붉음의 잎사귀를 마주하면 금세 2017년도 저물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삶이란 늘 그렇듯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것. 올 한 해 다사다난했던 날들 역시 훗날엔 아름다움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살아낸다는 표현보다 시간의 흐름에 의지해서 버텨냈다는 표현이 옳을 그때.



응당 사람이라면 성장해야 하는 것이며 점점 더 나아져야 하지만 오히려 퇴보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가졌던… 처절하고 힘겨운 날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 날은 그다지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애정 하는 일인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야 했고, 외출도 자제해야 했다. 나름은 침묵으로 그 힘겨움을 잘 감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각일 뿐.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야 했던 이들은 감히 신께 ‘그 고통을 나눠질 수 있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했을 터.



그렇게 극심한 힘듦의 시간을 버티고 나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을의 흔적들. 가을에 태어나 가을을 잘 알고, 가을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나의 계절이 오고야 만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물들기 전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보상심리였을까. 올해는 이상하게도 생일을 그렇게나 챙겼다. 지금보다 어릴 때도 그렇게 신경을 안 쓰던 그 날. 그저 일상의 하루로 치부해 버렸을 그 날을 지독히도 따졌다.



사실 생일이라면 부모님께서 박수받으셔야 할 날이긴 하나 무언가 주객전도 된 것 같지만 죄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그 날 만큼은 모두가 나를 향해서 선한 말로 축하를 건넬 것이기에 이것만으로도 그간 만남을 갖지 못했던 아쉬움들을 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바람 그대로 많은 축하가 갖은 방법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선물을 하나 받았다.



새 신발 한 켤레.



걷지 않는 자가 왜인지 모르지만 신발 뒤편이 다 닳아서 좋은 신발 신고 다니라고 신발을 선물 받았다. 물론 선물의 담긴 의미 속에는 병마가 다 나음으로 장애를 진정 극복하고 걷기를 소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바로 어제. 서른 중턱에 축하받았던 그 순간이 깊게 남았는지 발칙하게도 음력 생일마저 챙기려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도 그 마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기에 나의 1호 히어로 엄마는 나를 데리고 공원으로 향했다. 엄마의 손을 거치는 것이 늘 죄스럽긴 하지만 반대로 가장 편한 것 역시 엄마이기에 못 이기는 척하고 외출에 응했다.



엄마와의 공원 외출은 거의 1년 만일까. 그간 일이 바쁘셨던 엄마는 사력을 다해 나를 돌보시면서도 늘 외출이 어렵다며 나를 걱정하시곤 했다. 집 앞에 나름 명소라고 자부하는 공원이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잉어빵 2,000원어치와 캔커피 2개를 사서 벤치에 앉아 단풍 구경을 했다. 평소에도 마치 모녀지간처럼 자주 이야기하던 우리는 지극히도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Copyright by ⓒ Love.of.Tears. All Rights Reserved.



천국을 상상한다면 그런 모습일까. 아니 그보다 수천 배는 좋겠지. 그러나 아무런 근심 없고 웃음만 가득했던 어제는 분명, 천국의 재구성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이로써 올해 나는 두 번의 생일 대접을 받았다. 서른여섯의 생애에는 무엇이 찾아올까. 그리고 그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까 아니면 더 못한 삶일까. 모르겠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 자신도 살짝 없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련다.



올해 두 번의 생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내 존재를 일깨워주고 싶으셨던 신께서 계획하신 이벤트로 여기고, 더 좋은 날들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계기로 생각하고 싶다.



새 신발을 사준 이의 정성과 캔커피와 잉어빵의 달콤함을 잊지 않아야지. 그 수많은 인내와 수고의 시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집으로 돌아올 때 먹은 핫도그도 맛나더라.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36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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