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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Dec 12. 2017

드라마 <굿닥터>가 남긴 미완의 숙제


이 글은 2017년 11월 6일에 작성했습니다.



드라마 <굿닥터>는 2013년에 방송된 의학드라마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 역시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비판의 요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들어진 이른바 ‘웰 메이드’ 드라마라고 자부한다.



해서 나는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도 자주 타 매체에 관련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다시 <굿닥터> 이야기로 돌아온 것은 다름 아니라 극 가운데서 미처 다루지 못한 미완(未完)의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시온과 윤서의 로맨스다.



이 드라마의 뿌리는 의학이지만 꽃이라고도 할 수 있고, 열매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은 장애이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 일색인 드라마의 염증을 느낀 시청자는 신선함을 공급받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또 장애는 비장애인들에겐 미지의 영역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질 다수의 사람에게 이런 간접 경험이 좋은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가정이긴 하지만 <굿닥터>는 로맨스 없이도 좋은 드라마 반열에 올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두 주인공 간에 사랑을 심었다. 작가의 의도야 짐작하고도 남고, 또 응원하면서 보기도 했지만 아쉬웠던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시온의 사랑은 가능했을까?

주인공 시온은 서번트 증후군과 함께한다. 쉽게 말해 자폐성 질환이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자폐는 자아와의 싸움이다. 항상 멍해 보이는 표정, 때로는 혼자 희로애락 전부를 느낀다. 그러니 자기애가 클 수밖에 없고, 타인이 느끼기엔 지독한 이기주의자처럼 보여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인의 성격이라기보다 질병의 문제라는 것. 



물론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사례에서도 자폐 장애인이 누군가를 마음에 두는 경우를 봤다. 지인 A군은 누군가를 보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도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이라면 동성에게라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애정을 표했으니 그 연장선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동성을 향하여서는 보이지 않던 그 눈빛. 그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오롯이 자기에게만 존재하고, 상대가 그를 무시하고 싫어하며, 떼어내려 의도적으로 무례하게 굴 때… 그러니까 한 마디로 자신을 향한 호의가 제로일 때 여느 남자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무례하고, 자신을 무시한다며 분노했고, 그 분노와 함께 그녀를 향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조금의 여지라도 줬을 텐데 말이다. 



결국 A군의 케이스는 호의에 의해 금세 사랑에 빠지는 이른바 ‘금사빠’ 형임을 알게 됐다. 빈번하게 봐 온 사례가 그 근거다. 왜 드라마 속 시온도 그렇지 않은가. 의국 식구들 다수가 그를 색안경 끼고 바라볼 때 천사처럼 다가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서였고, 윤서는 후배로서 동생으로서 다독이고자 했던 행동들이 시온에게는 사랑의 감정 그 시발이 된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사랑으로서는 빵점이다. 사랑은 서로가 배려하고, 희생도 따라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아가 강한 자폐인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기 전에는 양보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시온의 상황에서 사랑이 가능했을까? 물론 극 중 시온은 배려가 정말 많은 캐릭터이긴 했지만. 이 부분은 좀 더 많은 자폐인들과의 만남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둘째, 로맨스의 시작이 늦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시온은 윤서를 줄곧 맘에 품었다. 반면 윤서는 그의 선배이기도 했고, 동생 같이 생각해 왔다. 심지어 시온이 고백했을 때도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동생으로서 동료로서 사랑한다면서 이것도 사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덕분에 시온은 두 번이나 상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바로 얼마 뒤 에피소드에서 시온의 독백을 우연히 듣게 된 후부터 윤서의 가슴은 열렸다. 



이 지점에서 드는 의문은 굳이 독백 후뿐만 아니라 그 전에라도 시온의 진심을 알 수 있던 시간은 얼마든 존재했다. 물론 윤서의 입장에서 시온의 장애가 그를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됐다고 말하면 이해하겠으나 다른 이유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윤서가 마음을 연 계기가 무엇인지 생략된 점이 많이 아쉽다. 



셋째,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미완(未完)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상황을 전부 이해한다고 가정하고 그 둘의 사랑이 지극히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어도 연인 사이를 선언한 후, 그 뒤의 상황은 묘사되지 않았다. 물론 시온을 인정하는 동료들도 어리둥절… 후배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는 등의 상황은 비춰졌지만 그 뒷이야기는 없다는 점이다. 당장 윤서의 절친한 친구 아무개는 윤서의 어머님을 걱정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연애는 시작보다 유지가 어렵기에 그 걱정에 동의한다.



수많은 해프닝들을 겪을 것이고 우여곡절 역시 많으리라는 점도 아는 바이다. 게다가 드라마에 모든 경우를 담을 필요는 없다. 다만 대략적 흐름은 전달해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랑이 이뤄졌으니 무조건 행복만 존재한다는 식의 결말은 옳지 않으므로 시즌2가 절실하다. 



이런 갈증을 아는지 <굿닥터>는 미국 드라마로 제작돼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편견을 깨고 있다. 그리고 ‘미국판 윤서’ <클래어> 대신 이웃집 여인 <레아>와 로맨스가 전개될 듯 하지만 바라기는 반드시 현실적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마치며

이렇게 한 드라마에 묘사된 가상의 연애를 두고 구구절절 떠드는 것은 장애의 종류가 다를 뿐 연애의 어려움이나 세간의 무시를 견뎌야 하는 <시온>과 <숀>의 사정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는 내게 연애를 하라고 쉽게 말하며,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는 정열과 정성을 다해 사랑했던 그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없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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