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L Time 12...
“건방진 놈.”
얼마 전에 아버지로부터 들은 기분 나쁘지 않은 일침이다.
내가 이 세상 그 누구의 코미디보다도 더 사랑하는 코미디가 있다. 바로 우리 아버지의 코미디인데, 원래 우리 아버지께서는 농담의 달인이다. 달인은 어떤 일을 해도 풍겨지는 오라(Aura)가 있는데 아버지의 농담이 꼭 그렇다. 별 거 아닌 말씀도 적재적소에 하시니 맛깔난 조크가 된다. 물론 이른바 ‘개인적 취향저격’ 일 수도 있고, 팔이 안으로 굽어서일 수도 있지만 암튼 그렇다.
‘건방진 놈’의 전말은 사실 별 거 없다. 늦은 밤 TV를 보면, 경쟁에 뒤쳐질 새라 앞다퉈 맥주 광고를 내보내는데 난 2008년 이후 작심하고 금주한 터라 술을 다시 마실 생각이 없다. 허나 갈증이 징하게 몰려올 때 모델이 맥주를 원샷으로 들이켜는 걸 보거나, 목 넘김 사운드를 들으면 이내 생각이 날 때도 있다.
그날도 생각이 나는, 그런 날이었고 무심결에 아버지 앞에서 “아. 나도 맥주….”라고 속삭였다. 그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이런 건방진 놈.”이었던 것.
우리 집에서 난 막내이고, 늦둥이인 편이라 평소 아버지의 농담에는 아이처럼 대하는 식의 농담도 꽤 되는데 물론 막내라는 이름의 역할이 무조건 대가리 큰 척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아서 아직도 애교도 부리곤 한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때 아버지의 건방진 놈이란 말은 내 나이를 인정해주시는 농담이기도 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아버지 입장에선 어리디 어린놈이 맥주 이야기를 하니 실제로 건방지다고 느끼실 만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건방진 행위가 있다. 이건 약간 셀프 신앙고백 같은 성격을 띠는데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예수님을 유틸리티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유틸리티(Utility). 사전적 의미로는 유용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부품만 있어선 안 된다. 하드디스크 안에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설치해야 하고, 그 운영체제에 맞는 드라이버와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유틸리티들이 설치돼야 원활한 PC 사용이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내가 주님을 유틸리티 취급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교회를 가려면 많은 조건들이 들어맞아야 한다. 애초에 삼선 슬리퍼 질질 끄는 그런 제 집 마당 풍경 같은 그런 대충스러움은 성립되지 않는다. 수많은 정성들이 있어야 하고, 육체적 컨디션도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교회에 가려한다.
이런 걸 보면 굉장히 믿음 좋은 청년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게 때때로 삶 속에 힘듦이 찾아오면 그래도 믿는 사람인데 조금은 남들한테 보여도 처연하게 말고 좀 멋지게 보이거나 억 소리 나는 부자이거나 최고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저 사람은 예수쟁이라고 할만하면 좋으련만 오히려 반대다. 전도라도 하려 하면,
“그래요? 그러면 당신이나 믿으세요. 하나님이 살아 있으면 왜 당신을 그냥 내버려 둬? 너무 무심하지 않아?”
“저는 하나님의 큰 뜻을 몰라요. 그러나 이것도 그분의 큰 뜻 그 일환 이리라 믿을 뿐입니다.”
라고 하면, 설득이 안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애 가운데 이정표라도 하나 달아주시면 그 길로만 갈 텐데 하는 뚱딴지같은 생각도 한다. 그러나 예수를 믿어도 사고는 생기고 아픔도 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믿지 않는 사람보다도 십자가가 무겁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예수를 보험이나 유틸리티로 여기는 것이 아니면 뭘까?
나는 성경에서 나오듯 나사로에게 말씀하듯이…, 옷자락을 만지고 나음을 얻은 여인처럼… 그런 이적을 보고 싶다. 내 병이 싹 나아서 간증을 하고, 진짜로 장애를 극복했다고 퍼뜨리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살고 싶다. 그러나 꼭 그것이 최고의 선(善)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 기준이니까.
그렇게 어렵게 교회 가는 이유
사랑하는 인연들과 재회하기 위함도 아니오. 예배 이후 내 방광이 어떤 형식으로 방황할지 고민하는 자리도 아니오. 일확천금을 구하는 자리도 아니오. 그 모두를 구하는 자리가 아닌 주를 주로 내 가슴에 새기고, 그분을 섬기므로 온전히 예배드리는 것.
그래서 더 이상 그분은 믿으면 유용한 유틸리티가 아닌, 믿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생애 전부인 존재로 다시 새겨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사탄은 그게 아니라고 유혹하며 계속해서 날 넘어뜨리겠지. 잊지 말자!
Inspired by Kyung Duk Chang (Senior Pastor)
at The Presbyterian Church of Canaan
Nov. 26th 2017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