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조각 하나
독보적 밝음을 자랑하는
전구라고 해도
필라멘트가 끊기면
제 수명 다 하듯
사람의 뇌에도
기억의 필라멘트가 있어
이것이 끊기면
망각이 자리한다
그 망각… 한 켠의
기억 빈자리엔
지금은 없는, 아니 없어야 할
사랑 조각 하나가 있다
새로움의 순간을
담아내지 못했다 하여
형언 못할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실은 이미 오래전에 비워냈었다
그러나
겉으론 비었지만
오롯이 삭제되진 않는 그곳엔
시간의 얼룩만이 남았다
끊기면 끝나는 전구의 필라멘트
돌아서면 잊히는 기억의 필라멘트
둘 중에 무엇이든 결국 시간 앞에
무릎 꿇는 무력감을 보인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내게 남은
얼룩 같은 잔재마저
사그라지기를
그래서
기억의 빈자리를
떠올릴 여유도 없이
새로움을 담아
과거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잘 해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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