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과 이성의
두 갈래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란 건, 엄청 복잡 미묘하다
상대의 눈짓 손짓 발짓 호흡 한 번에
절망의 늪을 걷게 하기도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먼저 다가와 주는
배려 한 번에
천국의 환희를 맛보기도 하니까
감정은, 선이든 악이든
그것이 최고의 경지라서
존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생각들이
오롯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나와는 동떨어진 아무개의 삶에
고개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는 것도
나아가 그 상황 속에 침입해
내 일처럼 분노하는 것도
다 쓸데없는 듯 보이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가장 순수한 감정노동 아닐까?
그래서 흔히 말하고
또 가장 위대하다는
사랑이란 이름의 감정 역시
동떨어진 이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
쓸데 없는 순수함을 공유하고
그 공유의 데이터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생길 수 있는 감정일 터
아마도 이 때문이겠지만
평생을 살아내도
이별 운용법의 서툰 것은
그 수많은 치부의 데이터 덕에
마침내는
본능과 이성의 경계를 생략하고
침묵해도 이해해 줄
그 존재를 잃는다는
상실감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 사랑이여!
되도록 오래 버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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