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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12. 2018

사람들에게 ‘부럽다’고 하지 않는 이유



사람은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공동체를 이뤄 살아야 하죠. 오죽하면 적과의 동침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그 동행의 종류가 무엇이든, 어울려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마음… 아마 부러움일 것입니다.


허나 저는 꽤나 오래전부터 부럽다는 말을 입 밖에 잘 꺼내지 않습니다. 그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부럽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돌이켜 보면 깔끔하게 정돈된 글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부럽다>를 쓰고 얼마 후 어머니께서 그 글을 보게 되셨습니다. (아. 저희 어머니는 저의 모든 글을 보시는 애독자십니다.) 내용은 정말 별 것 없습니다. 그저 평소에 느꼈던 부러운 것들에 대해 나열했을 뿐입니다.



한데 그런 공들이지 않은 글에 어머니께서 눈물 흘리시는 겁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글 쓰는 목적 말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니라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때 어머니께서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고 나니 제 생각과 달리 불효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그 날이 제 글을 보시고 처음으로 눈물 지으셨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글을 작성한 연유를 말씀드린 후, 앞으로의 글 역시 보지 말아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이 글은 모두가 봐야 한다면서 또 부탁한다고 미소 지으시더군요. 그리고 그 말씀을 마치 실천하시겠다는 듯 지인분들과도 나누셨어요. 그 후 정확히 2~3년이 흘렀을까요. 한 번은 어머니께서 제게 “시간이 꽤 흘렀는데 <부럽다 Ⅱ>는 어때? 엄만 참 그 글 좋았는데…”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좋으셨다니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부럽다 Ⅱ>는 10분 만에 완성됐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저를 향한 어머니의 팬심은 다시금 발동하셨죠. 지난번보다 더 좋다는 말씀에 안도하고는 이번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나눴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어머니께서는 큰 형님에게까지 읽어보라고 강권하셨습니다. 글을 쓰는 글쟁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사실이 부끄러운데 게다가 평소 어렵기만 한 큰 형님에게 보여주시다니 그땐, 어머니가 아주 조금 야속했습니다.



<부럽다 Ⅱ>를 본 형님은 무겁게 입을 떼었습니다. “나는 네가 부러운 것에 집중하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했으면 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전 글을 쓰게 된 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했지요. 많은 이야기가 오가서 그리고 시일이 많이 흐른지라 다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형님의 요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보다 가진 것에 감사했으면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형님은 저의 삶을 아십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모른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보다 가진 것에 감사하라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살면서 감사가 없었을까요. 아닙니다. 현재도 늘 힘들지만 그 안에서 감사의 거리를 찾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잘못이 아닙니다. 단지 인지상정일 뿐입니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도움의 손길 가운데 살아가지만, 그래도 목마름이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켠에는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것만으로,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장애가 없는 친구로부터 부럽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참 뚱딴지같아서 굳이 여기에 더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나보다 더 신체적 상황이 나은 이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살아야겠단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았습니다.



바라기는 저와 함께하는 가족이나 지인들 모두 축복받기를. 



그들에겐 제가 ‘아픈 손가락’ 일 텐데 그 아픈 손가락을 돌보는 일이 함께하고 있거나 이전에 함께했거나 혹은 앞으로 함께할 모두에게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행복으로 맺어지기를.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이따금씩 ‘부러움의 요소’들이 보이지만, 그 날 이후 절대 언급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부럽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또 오해할까 봐서요. 대신 그런 마음이 들 땐, 감사할 거리들을 새겨보곤 합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을 읽으신 후 혹시나 <부럽다>와 <부럽다 Ⅱ>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올릴게요.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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