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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13. 2018

부럽다 시리즈

앞으로는 사라져야 할 부러움 리스트

어제 작성한 사람들에게 ‘부럽다’고 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과 관련해서 몇몇 독자님들께서 댓글이 아닌 메일로 요청해주셨는데요. <부럽다>와 <부럽다 Ⅱ>를 올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럽다, 2009>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사람들이 부럽다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 축 처진 어깨로 피곤하다며 앓는 소리 하며 옮기는 발걸음이 부럽다 

아무 계획 없이 자금 없이 흘러가는 대로 무전여행하는 용기가 부럽다
샤워를 끝내고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 소리,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모습이 부럽다 
어린아이의 떼쓰는 모습, 그걸 달래는 엄마의 분주함이 나를 웃게 한다
무슨 일이든 계획하고 저질러보는 젊은이들의 혈기가 부럽다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한계를 시험하듯 혹사하는 뜀박질이 부럽다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은 실장님들의 자신감 있는 ‘뚜벅’ 걸음이 부럽다 
차를 타고 어딘가를 달리는 원 핸드 드라이브가 부럽다
날씨에 관계없이 커피 한 잔 할까 하며 불러낼 예고 없는 약속이 부럽다 
지하철 한 귀퉁이에서 이어폰을 끼우고 흥얼거리는 허밍이 부럽다 
말없이 위로받고 위로 줄 수 있는 허그가 부럽다


놀이공원에서 천천히 돌고 도는 회전목마를 실컷 탈 수 있으니 부럽다 
가을 녘 낙엽 밟는 소리에 눈물 흘릴 수 있으니 부럽다 
한겨울 눈싸움하는 광경이 부럽다 
춤으로 말하는 B-Boy들이 부럽다 
여럿이 하는 말뚝 박기가 부럽다



보고 싶으면 멀리 있더라도 볼 수 있는 사람, 또 그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게 부럽다
뭘 먹더라도 하나로(?) 먹을 수 있는 연인이 있다는 게 부럽다
맘만 먹으면 손을 잡고 같은 걸음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걷는 커플들이 부럽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 시작 전에 수다 떨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몸’이 있다는 게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이 모든 것이…
그저… 모든 것이… 








<부럽다 Ⅱ, 2014>



한 해의 시작이라며 떠들썩하게 너스레 떨며 떠나는 자유로움이 부럽다

추억을 담는다는 핑계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그 손길이 부럽다

뚜벅뚜벅 여유롭게 걷는 발걸음이 부럽다 

열심히 벌고 쓰다 얼마 남지 않은 잔돈으로 아이를 위해 붕어빵을 사가는 아버지의 모습 부럽다

여러 생각 없는 행함이 부럽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물은 몇 잔 마셨는지 계산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화장실 갈 때 눈치 안 봐도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어떤 행사가 끝나기 전 출입구를 나서거나 다시 들어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화가 날 때 몇 바퀴씩 뜀박질하며 화풀이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하철 속 우연한 만남이 부럽다

해변에 발 담글 수 있음 부럽다

잔디밭에 누울 수 있음 부럽다

격렬한 운동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셔츠를 벗어 세탁기에 집어넣는 모습 부럽다

매일 하는 샤워가 부럽다

지울 수 없는 과거의 기억보다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만남이 부럽다

엄마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들어줄 수 있는 아들이 부럽다 

설거지를 돕기 위해 고무장갑을 끼고 주방세제를 묻힌 손, 그 친절이 부럽다

아들 혼자 두고 먼 길을 떠나도 믿고 맡기고 가시는 부모님 그 광경이 부럽다

기념일도 아닌데 온갖 구실 만들며 드리는 흰 봉투가 부럽다

가족 몰래 친척들께 찾아가 인사드리고 오는 배려가 부럽다

지나가는 연인들의 갖가지 장난들이 부럽다

여인들이 의존하는 그녀만의 남자들이 부럽다

아이를 안은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다

<영화 타이타닉>의 로즈와 잭의 끝없는 신뢰가 부럽다

연인들의 어색하지 않은 눈짓과 몸짓이 부럽다

평생을 바보처럼 한 여자만 바라봤던 <영화 노트북>의 노아가 부럽다 

누군가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는 사람이 부럽다

갈 곳 없는 동생들, 스스럼없이 챙겨주는 듬직한 형의 모습이 부럽다 

아들아 어디 좀 가자 할 때 차 키를 건네받아 모셔다 드릴 수 있는 그 모습이 부럽다 

섬에서 모닥불 피워 놓고 노닥거리는 사람들이 부럽다

별 일 아닌 일에도 반응하며 공감받는 사람들이 부럽다

잘 하든 못 하든 파이팅이라는 응원 소리 듣는 게이머가 부럽다

이동 시에 ‘존재 자체’가 고려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부럽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멋진 수트와 구두로 무장하고서 건방지게 허세 떠는 사람들이 부럽다

산 정상에 올라 외치는 야호가 부럽다 

자전거 드라이브가 부럽다

흠뻑 비를 맞는 사람들이 부럽다

가끔 멀리 떠나는 출국이 부럽다

이 모든 걸 가졌음에도 행복을 알지 못하는 그들이 부럽다

나는 그 대신 주님과 함께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이 모든 것이 부럽다…. 





3번째 <부럽다>는 없습니다. 없는 것이 낫겠지요.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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