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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Nov 24. 2018

양들의 침묵… 그 쓸쓸함에 대하여

마흔네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Source : Pixabay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양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온순하다고 알려진 동물입니다. 사실 양에 대한 언급은 ‘B급브리핑’이 아닌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양의 순함이야 말로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죽음마저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 정도라고 하죠. 해서 가끔은 제가 양에게서 온순함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자문한 적도 있습니다.



허나 반대의 의견을 말하는 이들 또한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그건 양의 순한 자아 때문이 아니다. 양이 죽음 앞에서 담담할 수 있는 진짜 이유는 죽음마저 알지 못할 정도로 어리숙하기 때문이다라는 반론입니다. 사실 양쪽의 의견이 다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두 주장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이러한 의견을 종합할 때 양은 결코 범상치만은 않은 동물임에는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죽음이란 단어를 양에게서로부터 꺼냈지만 사실 진짜 꺼내고 싶던 단어는 바로 침묵이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음은 다름이 아니라 이 침묵 때문이었을 테니까요.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침묵이 한켠에 모순이 서려있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많은 경우엔 침묵이야 말로 처연과 고독의 대명사가 아니었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백 마디 말보다 한 줌의 침묵으로 적잖은 순간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멋대로 정해진 상하관계로 비롯되는 갑과 을,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과 장애인. 어리다는 이유로 존중이 사라져 버린 청춘의 모습들. 그 밖에 일일이 열거조차 하기 힘든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보다 침묵을 택하고 있습니다. 



짐작하시다시피 그들이 말을 하지 못해서 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수많은 시간 입술을 떼려다가 다시 오므리는 고민 가운데 결국 침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점은, 굳이 오래 들여다보지 않아도 쉬이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처한 장애인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볼까요?



몸을 거의 쓰지 못하는 중증의 장애인들은 대부분의 삶을 타인의 손길에 맡겨야 합니다. 타인이라고 표현할 뿐 가족이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죠. 그러므로 개인의 권리는 여느 비장애인과는 비교가 되지 못합니다. 물론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저의 권리는 충분하게 보장됩니다. 다만 감내해야 한다면, 다르기에 인내해야 하는 그 영역들. 즉 인지상정의 영역들 뿐입니다. 



허나 죄송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직 목이 마르고, 더 안타까운 건 저를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 모두와 넓게는 친한 지인들까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단 측면입니다. 



그렇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약자라 칭해진 모든 사람들에겐 목마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특정한 곳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이라는 넓은 마당, 그 어느 곳에서라도 침묵해야 하는 것이 장애인의 운명입니다.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이 곳에선 지금까지도 비교와 멸시, 회피와 충고, 공포심과 동정이 팽배합니다. 



차라리 호기심 어린 눈으로 형아인지 삼촌인지를 조사해보고 그 후에 어디가 아픈지 사려 깊게 물으며 화룡점정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어린아이들이 쿨하다고 여긴다면 과한 것일까요. 



목소리를 내야 하는, 하지만 듣는 이가 없어 이내 침묵해버리고 마는 양의 운명.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 쓸쓸함이 약자라는 이름과 절묘하게 떨어지는 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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