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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04. 2019

더 이상 이헌의 공백은 없다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②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대표 이미지.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Copyright (C) CJ ENM All Rights Reserved.



신분제도가 철폐되고 난 후부터 우리는 더 이상 양반과 쌍놈을 가르지 않지만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엔 암묵적인 신분의 나뉨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빈부격차와 학력 직장으로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피부색과 장애의 유무로써 신분의 높고 낮음을 정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누군가는 이 같은 물음에 ‘비약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면서 반하는 이야기를 할는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다른 누군가는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런 물음과 답을 한 드라마에서 찾았다.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다.



五. 긴 꼬리?… 밟혀도 괜찮다

슈베르트의 명곡 세레나데가 멋지게 편곡돼 드라마와 한 몸같이 울려퍼질 때마다 난 늘 조마조마했다. 둘의 사이가 저리도 좋은데 하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왜… 늘 슬픈 예감은 적중하는 걸까. 소운(이세영 분)이 하선(여진구 분)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그것도 그들을 연인 사이로 이어준 서고에서 하선이 가짜 왕이었다는 증거를 잡았다. 의심만으로는 왕을 몰아붙일 수 없으니 몇 가지 시험을 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은 다름 아닌 중전의 이름을 물었던 것. 소운이란 이름을 알 리 없는 하선은 결국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본 소운은 충격에 휩싸인다. 그 충격을 말해주듯 나지막이 떨리는 음성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누구냐? 넌!”


이는 여태까지 자신을 속인 하선을 향한 원망도 포함됐지만 그보다 지아비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 마음에 두 남자를 품은 자신을 향한 질책이 더 컸으리라. 스스로가 중전의 책무를 다 하지 못했다고 여긴 소운은 궁을 떠나 아버지가 계신 유배지로 떠났고, 하선 역시 소운의 환궁을 설득하려 그곳으로 간다. 소운은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 정상에서 죽기로 마음을 먹고, 때마침 당도한 하선은 그동안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함과 동시에 소운을 향한 마음도 말한다. 



하지만 얄궂게도 누군가가 보낸 자객이 소운을 향해 화살을 쐈고, 하선은 이를 대신 맞는다. 자신의 품에 쓰러진 하선을 보고 놀란 마음에 크게 소리친다.



“전하!”



이 외침은 하선을 임금으로 섬길 것은 물론이요, 지아비로도 섬기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둘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이쯤 되면 긴 꼬리도 한두 번 정도는 밟혀도 괜찮지 않을는지.

   


六. 악의 무리가 알아도 괜찮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 같은 신치수(권해효 분)는 하선이 이헌(여진구 분)의 행보와는 다른 길을 걷자 줄곧 의심해왔다. 하선의 출신과 배경, 가족까지 캘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하인을 시켜 캐고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증거를 알아냈을 때는 하선으로 하여금 옴짝달싹 못하게 구석으로 몰아넣고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했다. 결국 빠져나갈 곳이 없음을 직감한 하선 역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언뜻 보면 하선의 위기인 듯 보인다. 



신치수뿐만 아니라 진평군(이무생 분)과 대비(장영남 분)까지 정체를 알아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도승지 이규(김상경 분)의 말처럼 하선은 궁지에 몰릴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인물인 것을 말이다. 



이미 하선은 이헌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왕이다.


 

七. 남은 건 결말뿐

이헌의 조카뻘 되는 종친 진평군은 차기 왕이 될 것이라는 꿈과 욕망에 부풀어 있다. 그의 일환으로 내란을 일으킨다. 대비와 신치수 역시 그의 만만치 않은 세력 때문에 진평군의 쿵짝을 맞춰주긴 하지만 실은 그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권력욕은 존재하며, 끝내는 진평군의 쓸모가 없어졌다 싶을 때는 버릴 요량이다. 장담컨대 악인 3인방은 결국 스스로 깔아놓은 덫에 자멸할 것이다. 다만 지난주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에 보인 장면으로는 도승지가 죽임을 당하고, 죽어가면서까지 진평군의 급소를 찔렀다는 점인데 오늘 밤 전개될 마지막 에피소드가 기대된다. 



이왕 결말 이야기를 꺼냈으니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자.

a. 모든 악인들이 죽거나 떠나가고, 나라의 평화가 도래하는 해피엔딩

b. 어떤 방식으로든 내란은 끝나지만 하선이 왕의 직함을 내려놓고 귀향(소운과 함께)

c. 소운만 궁에 머물고 하선만 귀향

d.  하선과 소운 모두 운명을 달리 함



바람은 무조건 a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b와 d 역시 가능하리라고 본다. 만약에 정말 d의 경우라면 꽤나 많은 눈물을 쏟을 것 같다.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의 서두에 <왕이 된 남자> 때문에 현재에도 암묵적으로 계속되는 신분제도에 대한 질문과 답을 동시에 얻었다고 했었다. 그건 처음에 하선이 왕의 모양만 갖추고, 껍데기 역할을 했을 당시에 보여준 어수룩함 때문에 이 같은 질문을 했던 것이다. 



“저 놈 저거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다 그의 내면만큼은 이미 준비가 철저히 된 왕이었음을 알게 됐고, 결국 천하다는 비아냥을 이겨낼 비기도 존재함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진심이었다. 진심은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눌 자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는 마음이요. 죽음의 절망 가운데서도 누군가를 지켜주며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나 역시 장애 때문에 누군가를 지켜주거나 사랑할 수 없고, 내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천한 광대지만 그 누구보다 보석 같은 하선이에게 배우는 점이 참 많다. 



그래서 꼭 한 번은 이 드라마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  




지난번 글이 조회 수 8천을 넘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1편

   



본문 이미지는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대표 이미지이며 출처는 tvN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 CJ ENM에 있음을 밝힙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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