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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18. 2019

그들의 봄밤은 따뜻할까

드라마 <봄밤> 이야기

MBC 드라마 <봄밤> 배너 이미지.  출처 = 공식 홈페이지. Copyright(c) Since 1996, MBC&iMBC All rights reserved.



서른의 후반이 되고서야 세상의 즐길거리들과 즐비한 네온사인보다 투박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이 훨씬 더 크고, 중요하며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남들은 진즉 졸업해서 이제는 시시할 세상의 즐길거리들과 화려한 무엇들이 아직도 궁금하고 부러우며, 탐험하고 싶기도 한 마음은 아직 있지만 그래도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보다는 덜하다.



어렸을 적 엄마 등에 업혀 다닐 때에도 저 멀리에 바깥세상을 궁금하게 여겼을지언정 집 앞에 핀 꽃 한 송이나 솟아나는 여러 풀들엔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 아름다운 꽃을 봐도 그게 ‘어떤 꽃’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지금도 별 지식은 없다. 그런데 이런 ‘꽃알못’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있다. 바로 벚꽃이다. 벚꽃은 색도 곱지만, 떨어질 때면 꼭 눈이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해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벚꽃은 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정확한 시계 아닌가. 그래서 벚꽃이 참 좋다.



벚꽃을 오프닝에 담은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 수목드라마 <봄밤>이다. 해당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보게 된 티저 영상에는 벚꽃 길을 거니는 한 남자 정해인의 고독한 모습이 보였고, 나지막이 그가 속삭이는 음성이 담겼다. 그런데 그 짧은 영상 속에서 난, 김은 작가와 안판석 연출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분위기를 느꼈다.



내 직감을 믿고 <봄밤> 1회를 시청했다. 그랬더니 놀라울 만한 일이 벌어졌다.



내 직감이 맞았다

<봄밤>은 김은 작가와 안판석 연출의 작품이다. 그 두 사람의 합은 놀랍도록 잘 맞아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좋은 작품과 함께, 정해인이라는 사람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봄밤>이란 드라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흡사해서 꼭 시즌 2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마치 그 드라마를 시청해주었던 이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의 트리뷰트 작품인 것만 같다고 해야 하나.



그도 그럴 것이 여자 주인공인 이정인 役에 한지민 씨 외 몇 분만 빼놓고는 중복된 출연자가 많다. 또한 드라마의 전반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사운드트랙 역시 레이챌 야마가타의 보이스가 주를 이룬다. 또한 맥주를 즐겨 마시는 신이라든가 택시가 자주 등장하는 등의 장면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드라마를 기다린다. 중복되는 배우들과 비슷한 구도 때문에 식상할 수도 있지만 수요일과 목요일만큼은 그 좋아하는 <뉴스룸> 특히나 <앵커브리핑>이나 <비하인드 뉴스>, 나아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방송되는 <소셜 라이브>마저 거를 만큼 애청자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은 작가님과 안판석 연출님의 의도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냐. 그건 사랑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 정말 그렇다. 흔히들 “사랑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라고 말하지 않나. 셰익스피어의 그 표현처럼 말이다.



많은 드라마들이 사랑을 테마로 해서 극을 꾸미곤 한다. 하지만 각자 각자의 이유들과 애달픔으로 인해 눈물바람으로 할애하지 않는가. 물론 사랑에 있어 눈물은 필수요소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만큼은 사랑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 그 본질… 즉, 한 사람을 향해 미칠 수밖에 없는 무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뻘겋게 눈을 크게 뜨고 서로에게 미쳐 있는데 눈물로 시간을 보낼 여력은 없다.



배우 한지민 씨가 연기하는 이정인은 입술로는 늘 결혼과 사랑을 읊조리는 남자 친구 기석과 돈에 쩔쩔매는 아버지라는 큰 산이 있지만 설사 그 요소들이 방해가 될지언정 막지 못한다. 그렇다면 배우 정해인 씨가 연기하는 유지호는 어떤가. 은우라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지만 대신 ‘미혼부’라는 낙인이 있다. 언뜻 보면, 두 사람의 걸림돌을 비교할 때, 정인이 훨씬 큰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는 지호에게 몇 백배는 불리하다. 어쨌든 이런 가운데서도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서 무모해 보이지만 멋지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시청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단점은 없을까

개인적으로 김은 작가님의 장점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괜한 곁가지를 만들지 않는다. 때문에 전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센세이셔널해 보였으리라 자신한다. 하지만 혹자는 너무 주인공들 중심의 이벤트만 연속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평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주인공 중심의 전개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틀린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단점이라고 한다면, 왜 굳이 여자 주인공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 데 있어 남자 친구가 걸림돌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또한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는 무슨 죄이관대 이미 내 사람이 된 여인을 위해 기다려야 하며, 초라해져야만 하는가.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도리어 위로를 건네는 이른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야 하는가. 사실 이건, 남녀 모두에게 마이너스다.



세상사라는 것이 어디 맘대로 되는 건가. 그리고 아까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직진하는 게 좋아 보였고 그게 사랑이라며 이제 와서 뭔 소리냐고 하실 수 있는데, 맞긴 해도 내가 그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런 사랑을 두 번 이상 겪어야 한다면 (밥누나와 봄밤), 분명 제 명에 못 살 것이 분명하다.



세 번째 단점은 <봄밤>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게재된 내용인데 레이챌 야마가타의 OST가 극 몰입에 방해를 준다. <봄밤>의 메인 주제곡은 Part.1인 “No Direction”이란 곡인데 물론, 곡 자체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기 때문에 중독성 甲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해당 드라마가 추구하는 서정적이고 세밀한 감정선을 표하는 데 있어서는 비트 있는 사운드가 언밸런스 한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빈번하게 반복되는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레이챌 야마가타의 곡 중에서 좀 하늘거리는 발라드나 몽환적인 곡도 선보여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진짜 아쉬운 점 하나,

정인과 지호 사이는 그야말로 누구도 틈탈 수 없을 정도의 신뢰와 사랑이 존재한다. 게다가 극의 설정상 둘의 나이는 동갑이다. 그러면 말을 놓든, 예의를 갖춰 존대로 일관하든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존대와 반말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꼭 둘 사이에 무언가를 꼭 더 채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둘이 있을 때는 말을 놓길…


 

사랑이 반드시 봄에 와야만 할 이유는 없다

드라마 제목인 <봄밤>처럼 사랑이 반드시 봄에 와야만 할 이유는 없다. 강인한 여름에도, 스산한 가을에도, 처연한 겨울에도 사랑은 올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데는 세상 만물도 추위에 움츠렸다가 봄 햇살에 에너지를 얻듯 사람의 마음도 사랑이라는 따뜻한 에너지로 삶을 지펴보라는 숨은 뜻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러니 예상하건대 정인과 지호. 그들의 봄밤은 따뜻할 것이며, 그 따뜻함에 매일을 감사하게 되겠지. 다만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때로는 안타까워하고 화도 내가며 그렇게 지켜보려 한다.



드라마 <봄밤>은 MBC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본문 이미지는 MBC 드라마 <봄밤> 이미지이며 출처MBC <봄밤> 공식 홈페이지 內 배너 이미지이고 본 프로그램과 이미지의 저작권은 MBC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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